정숙희(한국노총 상담국장)

Q> A공사, B공사, C공사를 통합한 A공사는 종전의 각 공사의 재산과 채권·채무 기타 권리의무를 포괄 승계했다. 통합과 함께 각 공사에서는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기로 노사간 합의했다. A공사에 통합되기 전 각 해당 공사의 노사간 체결된 단체협약에는 퇴직금누진제가 규정돼 있었으나, 해당공사는 통합에 대비해 임·직원들에 대한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기 위해 보수규정준칙을 개정했다. 각 단체협약에서 평균임금을 상회하는 퇴직금을 산정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단체협약은 감독관청의 승인절차 등을 거치지 아니하여 무효이므로 위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의 유효성 여부는?

A> 위 사안은 현행 헌법 하에서 감독관청의 단체협약에 대한 승인권을 인정하는 법규정이 존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러한 법규정이 존재하는 경우 단체협약의 효력을 승인대상으로 삼아 노동3권의 하나인 단체교섭권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대한 주무관청의 승인권을 둠으로써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단체교섭권 제한을 위한 합헌 요건으로

①단체효력을 제한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사가 법문상 명백히 드러나 있어야 하고 ②당해 법인 자체의 성격이나 제공하는 직무의 성질상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할 만한 공익성이 있어야 하며(기본권 제한에 있어서의 목적의 타당성) ③그러한 공익성을 이유로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수단의 합리성) ④그 제한의 정도가 그 법인의 공익성에 비추어 타당한 범위 내여야 한다(목적과 수단의 비례성)로 보고 있다.

이러한 법 취지에 비추어 종전 판례에서는 단체협약에 대한 주무장관의 승인권은 내부규정으로 보아 왔으나, 근래에는 효력규정으로 보아 국가보조를 받는 공법인은 감독관청의 승인을 얻지 못한 단체협약에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다.
이는 공공부문의 단체교섭과 체결에 있어서 정부는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실제적으로 단체협약의 효력을 좌우하게되고, 노사가 공동결정의 원칙에 따라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임의로 조정 또는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돼 정부조정의 사용자의 권한은 더욱 축소되고, 노조는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와 직접 협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나 정부는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협상장에 나오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결국 단체협약으로 정부승인권을 대항하지 못하게 됨으로서 정부는 언제든지 단체협약을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단체협약 보호를 위한 별도의 장치를 두지 않은 채 그 효력이 감독관청의 승인에 의해 달려있는 단체협약은 항상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되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단체교섭은 형해화된다 할 것으로 법률을 해석함에는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의 정신, 즉 기본권의 최소제한 원칙과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고, 이에 위반하는 법률은 입법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위헌 법률이 될 따름이다.

특히 우리나라 헌법은 다른 기본권 제한과는 달리 노동3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로자의 범위에 관하여 헌법 자체에 "공무원과 방위산업체 근로자"로 정하고 있으므로(헌법 제33조 제2,3항), 그 외에 부분적으로 공익적 성격을 갖는 사업장의 노동조합과 사용자간의 단체협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취지에도 반한다 할 것이며, 법원의 헌법 제54조의 재정민주주의를 비대화시킨 판단은 정부의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어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 교섭석상에 나와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는다면 단체협약 체결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공공부문의 사용자는 적법한 단체교섭권자 또는 단체협약체결권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사용자 개념의 확대와 노조법상의 사용자와 불일치하게 되는 모순을 갖게 되고, 노사간의 교섭 및 협약자치의 자율성을 침해하여 단체교섭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할 것으로 '공공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합리성 없는 제한을 가하는 것은 노동기본권의 침해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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