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적 위기상황을 일으킨다고 판단되는 파업과 집단행동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민간의 인력과 장비 징발, 업무복귀 명령 등을 할 수 있는 특별법을 추진하고 나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20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의 원인과 향후 과제’ 보고 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의 특별법안 내용을 보고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이 작성한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 시스템 구축’이라는 보고를 통해 “국가경제나 사회안정을 크게 위협하는 사태 발생시 인력, 장비를 동원하거나 업무복귀 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위기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재해·재난 등에 대해서는 자연재해대책법, 재난관리법 등 법체계가 갖춰져 있으나, 화물연대 파업과 같은 경제·사회 분야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제도가 미비하다고 특별법 추진 배경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안보적 상황 위기, 재해재난관련 비상사태 등에 대해서는 법체계가 잘 이뤄졌으나, 사회경제적 갈등에 대한 국가적 매뉴얼이 없다”며 “이번에는 이런 것을 반드시 만들어야 하고, 단기대응책도 마련해 취합 준비되는대로 국무회의에서 다시 거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 특별법의 모델로 지난 1947년 미국에서 제정된 노사관계법인 ‘태프트-하틀리법’을 제시해, 이 법이 규정하는 노동자에 대한 직장복귀 명령권 등을 특별법에 담을 방침임을 밝혔다. 태프트-하틀리법에서는 ‘파업으로 국가경제 또는 안보를 위협할 경우 대통령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노동자들의 직장복귀를 명령할 수 있으며 80일간의 냉각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서부해안의 항만파업에 대해 이 법에 근거해 노동자들에게 조업재개를 명령했다.

그러나 태프트-하틀리법은 루스벨트 프랭클린 대통령 시절 제정됐던 노사관계법인 와그너법을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개정한 것으로, 미국 안에서도 재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법이다. 태프트-하틀리법은 노동자에 대한 직장복귀 명령 뿐 만 아니라, 사용자 재산보호 명목으로 노조의 점거농성, 피켓팅 등 파업관련 행동을 규제하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특별법 추진이 참여정부가 천명했던 노사관계 정책과 어긋하는 것이라는 비판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중앙대 이병훈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정부가 파업을 제한할 수 있는 공익사업장 범위를 축소하는 등의 노사관계를 천명했는데 이런 특별법은 오히려 기존 노사관계법을 더욱 개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특히 “화물연대의 파업은 기존의 노사관계법으로는 규율할 수 없어 새로운 대처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도 사용자에게 유리한 미국의 노사관계법을 원용해 특별법을 만든다면 노동자들의 기존 권리만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특별법이 5공 시절 파업시 민간자원 동원 등을 규정한 자원관리법을 방불케한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은 “국무회의에서 특별법은 서면보고만 됐고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검토 사항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지시한 것도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국가 매뉴얼 확립이었다”고 밝혔다. 정의길 기자 Egil@hna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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