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들의 파업이 종결된 15일, 신선대 부두 등 부산항 주요 부두에는 오랜만에 생기가 감돌았다.

썰렁하기만 하던 부두 주변 도로는 트레일러 행렬이 다시 꼬리를 물었고, 컨테이너 화물을 싣고 내리는 부두 내 대형 크레인도 굉음과 함께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부산대에서 철야농성을 벌였던 조합원들도 이날 오후 들어 부두로 속속 복귀, 세워뒀던 트레일러를 점검하는 등 운행 준비를 서둘렀다.

신선대 부두 인근에 차량을 세워뒀던 조합원들은 덕지덕지 붙은 불법주차 딱지를 떼어내면서도 “고생한 보람이 있어 다행”이라며 연신 싱글벙글 댔다.

조합원 이종진(38)씨는 “그 동안 밀린 일이 많을 것 같아 잠깐 눈만 붙이고 나왔다”며 “오늘 밤 서울까지 운행할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또 다른 조합원 한재석(42)씨는 “이번 파업으로 얻은 것도 많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사항도 많다”며 “어찌 됐건 파업사태가 공권력이 투입되지 않고 대화로 원만하게 해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복귀하면서 부두 운영사와 운송 회사들도 다시 분주해졌다.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 이성규 부장은 “쌓였던 컨테이너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부두 주변 야적장에도 오후 들면서 드나드는 트레일러들의 행렬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부산 시민들도 협상타결로 부산항이 제 모습을 찾게 된 데 대해 안도했다. 부산경제가꾸기 시민연대 박인호(59) 의장은 “부산항의 위상이 실추되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안타까웠으나 뒤늦게나마 협상이 타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두 운영사 관계자들은 부산항이 이번 파업사태로 당분간은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을 우려했다. 신선대 부두 관계자는 “외국 선사들이 이번 파업으로 ‘부산항이 더 이상 안전한 항만이 아니다’고 판단, 기항지를 중국이나 일본 등지로 대거 옮길까 걱정”이라며 “이제 모두가 하나가 돼 실추된 명예 회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농성 중인 부산대 학생회관에서 집행부가 협상결과를 설명하자 일제히 “타결”이라며 환호했다. 일부 조합원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기쁨을 표시하기도 했으며, 60대의 한 조합원은 집행부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부산=이동훈기자 dhlee@hk.co.kr
김종한기자 j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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