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강경진압 방침을 재천명하고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파업결의를 다지는 등 극한으로 치닫던 파업사태가 우려했던 상황을 피하고 대화로 해결됐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재집결하고 경찰력이 증강 배치되는 등 14일은 화물연대 조합원에게는 길고도 긴박한 하루였다.

총파업 이틀째인 14일 오전 9시께 경찰의 강경대응을 피해 `잠수함 투쟁'에 돌입했던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들이 부산대 학생회관으로 속속 집결했다.

이 때까지만하더라도 경찰은 부산대 주변에 7개 중대 8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하고 조합원들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등산로 등을 통해 모이기 시작한 조합원은 오후들어 1천500여명으로 늘었고 오후 4시30분 파업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조합원들의 구호와 노래소리가 강당을 울려퍼졌지만 이날 오후 3시부터 열린 노.

정 실무협상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갖는 표정이었다.

김종인 화물연대 의장의 파업결의문 낭독도 오후 5시로 예정됐다가 오후 8시, 오후 11시 등으로 점차 연기되면서 사태의 원만한 해결에 대한 이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그러나 오후 5시께 주동자 7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 때 화물연대 집행부와 민주노총측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오후 10시께는 경찰이 경력을 11개 중대로 늘렸고 경력도 재배치하면서 경찰 진입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오후 11시께는 학교측의 단전조처로 조합원들이 몰려있는 학생회관 건물의 불이모두 꺼지자 경찰이 학교로 진입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학생회관 주위의긴장감을 극에 달했다.

조합원들은 그러나 비상발전기를 가동해 필수 전등을 켠 뒤 2차 결의대회를 이어가며 불안감을 달랬다.

15일 새벽 1시가 넘어서자 며칠간의 파업으로 지친 조합원들이 서로를 껴안고학생회관 복도나 계단에 누워 잠을 청했으나 쉽게 잠들지는 못했다.

새벽 5시께 정부와의 실무교섭이 타결됐다는 소식을 접한 일부 조합원들은 사실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이어 오전 6시 집행부가 지부별로 타결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자 건물 곳곳에서 환호가 터져나와 길고도 긴박했던 상황의 일단락을 예고했다.

오전 6시40분께는 현관문을 굳게 지키던 사수대가 쇠파이프를 내려 놓고 취재진의 질문에 말문을 열기도 했으며 일부 조합원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기쁨을표시했다.

오전 7시50분 전체 조합원 1천500여명이 강당에 모여 총회를 열었으며 30여분만에 거의 만장일치로 타결내용을 받아들이면서 어둡고 긴 `파업의 터널'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

기자회견이후 각자 집으로, 일터로 향하는 화물차 운전사들의 표정에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대체로 만족해 했으며 60대의 어떤 조합원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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