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병원 통신사업 등 필수공익사업장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벌일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전망이다.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신홍·申弘)는 8일 “필수공익사업장 분규에 대한 조정이 실패했을 때 파업을 원천 봉쇄하는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를 앞으로 보다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최근 직권중재 회부 세부기준을 마련해 전국 지방노동위원회에 보냈다.

현행법은 철도 병원 수도 전기 가스 석유 한국은행 통신사업 등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고 이들 사업장에서 분규가 발생하면 15일간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받도록 하고 조정에 실패할 경우 공익위원의 권고를 거쳐 직권중재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권중재에 회부되면 필수공익사업장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을 벌일 수 없고, 노동위원회가 중재안을 마련해 사업장에 보내면 노사는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가 남용돼 단체행동권을 가로막는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대법원도 전국보건의료노조가 2001년 “중노위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결정의 무효 확인 및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자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중노위가 정한 세부기준에 따르면 노동위원회 공익위원 3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정위원회’는 직권중재 회부를 권고하기 전에 사업장의 특성, 쟁의행위 가능성 등에 대해 노사 양쪽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고 업무의 공공성과 업무범위를 깊게 검토해야 한다.

또 사측이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거나 교섭을 거부하는 등의 경우에는 공익의 침해가 크지 않는 한 직권중재 회부를 지양하기로 했다.

특히 노사가 자율교섭을 통한 분쟁 해결을 약속하거나 노조가 파업을 벌이더라도 필수업무는 계속한다고 약속하면 공중의 일상생활 및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에 대해 건국대 법대 조용만(趙龍晩) 교수는 “국제적 기준에 맞춰 필수공익사업이라 하더라도 가급적 분쟁을 노사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노동위원회는 지난해 필수공익사업장 조정신청 65건 가운데 조정에 실패한 33건 중 22건을 직권중재에 회부했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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