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명문대 대학원생인 A(여·30)씨는 지난 2000년 5월 17일 저녁의 기억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날 A씨는 자신의 논문지도 교수인 B교수와 함께 서울 마포구에 있는 J카페를 찾았다. 단둘이었다.

명목은 논문지도였지만 이곳에서 B교수는 은근히 A씨의 손을 잡았다. B교수는 또 ‘혼전성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동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논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대화의 주제로 삼았다.

두 사람은 오전 2시쯤 이태원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에도 B교수는 A씨에게 ‘노래를 불러봐라’, ‘술을 따르라’는 등의 요구를 계속했다.

A씨는 B교수가 또다시 자신의 손을 잡자 옆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B교수는 “진짜 안 만질 테니까 옆으로 오라”고 재촉했고, 이후 A씨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두 번씩이나 껴안았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A씨는 B교수에게 완곡히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B교수는 또다시 논문 이야기를 꺼내면서 갑자기 A씨를 껴안은 채 자신의 얼굴을 A씨의 목과 어깨 사이에 파묻기도 했다. 참다못한 A씨는 30분 만에 나이트클럽을 빠져 나왔다. 이후 A씨는 교수를 상대로 서울지법에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법 민사24단독 신현범(愼炫範) 판사는 5일 “B교수는 A씨의 논문지도 교수로서 사실상 A씨의 지휘감독의 위치에 있다”며 “B교수의 행동이 성적인 동기의 의도를 가지고 A씨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수용 기자 js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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