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말 6초.’

경제계에서 노동쟁의를 뜻하는 ‘춘투’가 최고조에 이른다는 5월 말 6월 초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올해는 벽두부터 두산중공업 파업 사태가 한국 사회를 뒤흔든 데 이어 벌써부터 다른 사업장에서도 노사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올해 노사간 임금 및 단체교섭은 임금인상에 초점이 맞춰졌던 예년과 달리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굵직한 현안들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특징. 참여정부 출범으로 노동계의 기대수준이 높아지면서 ‘새판 짜기’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기업의 부담이 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위기감 커지는 산업현장=기아자동차는 최근 새 노조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휴일과 휴일 사이에 낀 ‘샌드위치 데이’에 노조가 생산직 사원에 대해 유급휴가를 강행했다. 이 때문에 소하리와 화성 광주 등 3개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회사측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지만 더 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징계나 손해배상을 망설이고 있다. 기아차 임원 K씨는 “자동차 경기도 어려운데 노조의 이런 태도는 정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1999년 이후 노사분규가 해마다 반복돼 2000년 2만7600여대(매출손실액 2966억원), 2001년 1만6238대(1975억원), 2002년 3만3400대(4290억원)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자동차업계엔 비공식적인 준파업도 많다. 회사측과 갈등이 있을 경우 인기 차종의 생산라인만 세우거나 태업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 산하 화물운송특수고용노동자연대(화물연대) 포항지부와 경남지부는 조합원 박상준씨의 음독자살 사건의 여파로 2일 전면파업을 시작했다. 박씨는 지난달 28일 “늘어나는 빚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30일 2만여명의 조합원이 상경해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가진 데 이어 포항지부와 경남지부는 2일부터 운임인상과 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화물연대 포항 및 경남지부가 수송을 대부분 담당해온 철강제품과 원자재 수송에 차질이 빚어져 타격이 예상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리 5일분의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을 고객업체에 공급했지만 7일 이후에는 고객사에 소재부족 현상이 나타나 이들 업체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지는 요구 수준=노동계는 노조대표의 이사회 참석, 비정규직 폐지나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항들을 요구하고 있다.

6일 산별 교섭을 시작하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은 주5일 근무제 도입, 비정규직 차별 철폐, 근골격계질환 직업병 인정, 노조 경영 참가를 공동 요구사항으로 결정했다. 노동계는 또 △산별(産別) 교섭 △노조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 남용 억제 제도화 △경제자유구역법의 노동 관련 독소조항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용자측은 정규직에 대한 해고가 경직된 상황에서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주5일 근무제도 임금을 보전하면서 주40시간 근무를 강행한다면 기업당 17∼24%의 비용 증가가 예상돼 수용가능한 기업이 몇 안 된다는 것. 노조의 경영참여는 국제 기준에도 없는 무리한 요구라며 반박한다.

한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해보다 각각 11.4%, 9.3∼13.2% 인상된 임금을 요구하는 반면 경총은 올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을 4.3%로 제시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경제타격 불 보듯=산업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노사분규로 인한 생산 차질액은 2000년 1조6357억원에서 2001년 2조1269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 요구의 상당부분이 국제 노동기준으로 봐도 무리한 수준”이라면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상용차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사협상의 파행이 이어져 최악의 경우 합작이 무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K사의 한 임원은 “노조도 세계경제 및 업체간 경쟁관계에 눈을 떠야 한다”면서 “파업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 한번 꺾인 해외 판매를 되살리긴 매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경총의 이동응(李東應) 정책본부장은 “경제는 어렵고 정부정책은 불안한 가운데 기업들은 신규 투자와 고용을 미루고 중국과 동남아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올해 춘투 핵심쟁점 및 진행상황
노(勞)측 주장 사(使)측 주장
사안별 근로시간단축 ―근로시간 단축분 임금보전을 법에 명시 ―휴일수 조정으로 기업부담 최소화
비정규직 처우개선 ―임시계약직, 파견 및 용역직, 일용직 차별 철폐 또는 완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기업비용 폭증
―실업률 증가 예상
근골격계 질환 직업병 인정 ―단순반복 업무로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 산재판정 대폭 인정 ―기업 책임 입증 어렵고 무리한 부담
임금인상수준 ―한국노총 11.4%, 민주노총 9.3∼13. 2% 인상 요구 ―한국경영자총협회 가이드라인 4.3% 제시
업종기업별 상황 전국금속노조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주장
―산별교섭 결렬시 6월 96개 산하 사업 장 총파업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처우개선 수 용 불가
화물연대 ―경유세금 인하 등 요구하며 5월2일부 터 파업
―노동여건 개선 및 비정규직 처우개선 ―정부 경유세금 인하 난색
현대차 ―임금 기본금 기준 11%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 기준 200% 요구
―비정규직 임금수준 80% 수준 인상
―노조 임원의 이사회 참석 등 경영참가 확대 ―무리한 임금인상 반대
―노조의 경영참여 불가
두산중공업 ―주5일 근무제 포함해 특별단체교섭 요구―해고자 완전복직 요구 ―예정에 없는 단체교섭 불가
―완전복직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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