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교섭은 올해 노동계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금속노사가 산별 중앙교섭에 합의를 이뤘으며 병원에서도 노사 집단교섭이 추진되고 있는 등 현장에서도 활발한 모습이다.

그런데 지난해 노동계 처음으로 사용자단체인 경총과 임단협 교섭을 벌였던 증권노조가 증권업협회의 사용자단체 역할을 요구하며 16일부터 협회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 18일째를 맞은 지난 3일 오전 노조 이정원 위원장을 만났다.

- 증권업협회의 사용자단체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증권업협회를 사용자라고 본다. 협회 규정에 보면 '증권종업원 관리'라고 해서 채용 및 복무기준, 징계내역 보고, 교육연수 등 상당 부분 사규와 중복된다. 협회는 증권사에서 일하는 모든 증권노동자들과 일정 부분 종속관계를 갖고 있는 사용자단체다. 또 증권업협회는 타 산업의 협회와 성격이 다르다. DJ정권이 들어서면서 협회가 자율규제기관으로서 증권업계 내 위상과 권한이 급격히 강화됐다. 그러나 그 동안 자율규제라는 명분 아래, 협회의 지배개입만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자율규제는 말 그대로 정부의 일방적인 내리꽂기식이 아닌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 사용자, 정부가 함께 자율적으로 규제의 틀을 만들어 가는 것 아닌가. 협회가 사용자단체임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증권업계에 쌓인 숱한 현안 문제는 개별 노사가 풀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 협회가 사용자단체로 위상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각 증권사 사측의 교섭권 위임이 필요한데.

"증권사 경영진들의 교섭권 위임은 자신있다. 지난해 경총과 교섭을 했지만 사측이 먼저 찾아간 곳은 협회였다. 경영진들은 협회가 거부하자 할 수 없이 경총에 넘긴 것이다. 하지만 경총은 증권업계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해 도저히 대화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협회가 결단만 하면 증권사 산별교섭은 가능하다."

하지만 증권업협회 오호수 회장은 노조 요구에 대해 아직까지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달 18일 농성 3일째 되던 날, 노조와 오 회장의 협상이 있었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농성이 보름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 더 이상의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벌써 18일째 농성중이다. 이후 계획은.

"전기도 끊겨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아 협회 로비는 노조 사무실로 적절치 않다.(웃음) 하지만 노조활동에 가장 중요한 조직관리가 잘 되고 있어 초조한 마음은 없다. 자발적으로 노조 간부, 조합원들이 매일 이곳에 들른다. 오면 뭐 하겠나. 임단협, 현안, 조직문제를 두고 활발한 토론을 한다. 지난달 29일 결의대회에는 3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모였다. 산별교섭 쟁취에 조합원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 있다. 5월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투쟁을 자연스럽게 임단투와 연결할 계획이다. 이 곳에서 산별 요구안을 만들고 교섭도 요구할 것이다."

- 끝으로 덧붙일 말은.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 노동자, 사용자단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것이 노사관계의 성숙 아니겠나. 오호수 회장의 결단만 남았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다른 무엇보다 '가정의 탄압'이 가장 힘들다고 말하는 이정원 위원장. 그러나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도 이 위원장은 역시 농성장에 머물 계획이라며 쓴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이번 투쟁에 지지를 표명한 18개(전체 30여개) 증권사 노조 현수막을 가리키며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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