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 황금의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됐지만 남들처럼 가족단위로 연휴를 즐기기는커녕 더욱 바쁘거나 고달픈 이들이 있다. 영세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물론 학교장 재량휴업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아 오갈 데 없는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황금연휴가 고통스런 연휴일 수밖에 없다.

◇연휴는 다른 나라 얘기=기관사 전성철씨(45)는 이번 연휴가 더욱 고달프다.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여행승객들을 위한 임시열차가 증편됐기 때문이다. 기관사로 근무한 27년 동안 전씨는 한번도 어린이날에 외아들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놀러가본 적도, 어버이날을 맞아 전남 영암에 사는 부모를 뵈러 간 적도 없다. 이번 황금연휴에도 임시열차를 타야 하는 전씨는 “휴일 근무를 하면서도 아무 보상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인천 ㅅ유리에서 18년간 근무중인 유효석씨(43)에게도 이번 연휴는 딴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번 연휴에도 12시간씩 2교대로 일해야 한다. 유씨는 “18년 동안 남들 노는 휴일에 가족들과 함께 쉬어본 적이 없다”며 “150%의 특근비를 안 받아도 좋으니 휴일때 남들처럼 쉴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세업체에서 일하는 대다수 중국동포, 외국인 노동자들은 휴일과 관계없이 일거리만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영세사업체에서 컴퓨터자수일을 하고 있는 스리랑카인 안주(28·여)는 오는 8월 고국의 어머니를 한국에 초청하기 위해 요즘 직장 두 군데를 다니고 있다. 아침에 출근해 오후 5시에 낮 직장을 마치면, 오후 11시에 다시 밤 직장으로 출근한다. 안주는 “이 근처의 모든 외국인 노동자들이 휴일은 꿈도 못 꾼다”며 “그나마 일거리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6년째인 조선족 동포 정순옥씨(52·여)는 연휴에 일거리가 떨어질까봐 걱정이다. 위출혈로 병석에 누운 남편과 프레스기계에 손가락이 잘린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한국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놀러가는 것을 보면 몹시 부럽지만 지금은 몸이 아파도 쉴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도 고민=맞벌이 부부들은 이번 연휴에 자녀와 휴일이 맞지 않아 고민이 많다. 상당수 초·중학교가 가족과 함께 연휴를 즐기라는 취지에서 학생들에게 휴일 앞뒤로 재량휴일을 주었기 때문이다.

학습지 교사인 최모씨(39·여)는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의 학교에서 6일간 재량휴일을 주었지만 이날 쉴 수가 없다. 의류업을 하는 남편 역시 일터에 나가야 한다. 최씨는 “하루종일 딸을 혼자 집에 두기가 염려되지만 맡길 데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씨(35)는 “학교장의 재량휴업이 일반인들에겐 좋을지 몰라도 아이를 맡길 데 없는 맞벌이 부부에겐 고통 그 자체”라면서 “재량휴업을 하더라도 학교당국이 맞벌이 부부 자녀들에 대해서는 휴업기간 중 낮 동안만이라도 학교에서 맡아 관리해주는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현기·정유진기자 n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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