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9시반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 한국노총이 주관하는 노동절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1000명의 조합원들이 모였다.

그러나 이날 행사 참가 노동자들의 복장과 분위기는 여느 노동관련 행사에서 보아오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여성 조합원들은 대규모 집회에서 입던 칙칙한 근무복 대신 청바지나 운동복 차림에 밝은 색 면티를 입었고, 화창한 날씨에 어울리는 화사한 화장을 했다. 산별 노조 깃발들 아래 모인 조합원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얼굴에는 웃음꽃을 피웠다. 몇몇 노조원이 들고 있는 깃발에 쓰인 ‘구조조정 박살’이라는 문구가 어색할 정도였다.

이날 한국노총은 노동절 행사로 기념식과 함께 ‘주5일제 쟁취 및 비정규(직) 노동 차별 철폐 거북이 달리기 대회’를 열었다. 마라톤 신청 접수대에서는 이민우 한국노총 정책국장(41)이 조합원들에게 “달리기 하러 오세요. 경품도 받아 가세요”하고 외쳐댔다.

한국노총 이정식(李正植) 대외협력 본부장은 “노동절 행사가 지난해까지는 투쟁에만 중점을 뒀다”며 “그러나 올해는 큰 틀에서 정부의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매듭지어졌고, 노무현(盧武鉉) 정부 들어 노사관계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 아래 이번 행사는 문화행사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행사장 주변에 교통경찰과 의경 100여명만을 배치했다. 전경들은 버스 안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1시40분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 2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민주노총의 노동절 본 대회가 풍물패의 공연을 시작으로 열렸다. 이 행사에도 과격한 구호 대신 노래공연 등 문화적인 요소가 많았다. 단병호 위원장의 대회사 등 기념식이 끝난 뒤 시청 앞까지 거리 행진이 시작됐다.

이날 집회에는 집회 신고를 한 주최측에 자율적으로 질서 유지를 맡긴다는 경찰의 방침이 처음으로 적용됐다.

경찰은 민주노총의 거리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여경으로 구성된 ‘폴리스 라인(police line)’을 만들고, 교차로 등에 교통경찰을 배치했을 뿐이었지만 행진 참가자들과의 마찰은 없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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