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단병호(段炳?) 민주노총 위원장과 2시간30분 가량 만났다. 지난 3일 출소한 그는 “상견례 자리”라고 모임 성격을 규정했지만 노동부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는 반주를 곁들인 점심식사로 이어졌고, 많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민노총은 ‘조선일보 취재 금지’ 입장을 고수하는 단체다. 하지만 그는 “점심 먹다 쫓겨날까 겁난다”는 기자에게 “(조선일보에 대한 조치 때문에) 그간 많이 섭섭했죠” “여기 오면서 조선일보가 최근 노동 현안을 긍정적으로 보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옛날에는 조선일보와 참 친했는데…”라는 소회를 내비치며 여러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기자가 단 위원장과의 만남을 중시하는 것은 이런 구연(舊緣) 탓도 있지만, 그가 현 정권의 노동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유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현 정권의 노동정책 결정 주체는 3명인데, 최고 권력자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단 위원장, 그리고 노 대통령과 단 위원장이 ‘선생님’으로 부르는 김금수(金錦守) 노사정위원장이다.

단 위원장은 노 대통령에 대해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1991년 재판 때 당시 변호사였던 노 대통령이, 1995년 재판 때는 문재인(文在寅)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론을 맡았던 일이며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지난 정권 때와는 달리 노사간에 힘의 균형을 잡으려는 면을 평가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 노무현’과 ‘인간 노무현’을 비교한 부분은 그의 여러가지를 시사한 것으로 보였다. 먼저 그는 노 대통령을 평하기에 앞서 김대중(金?中) 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노동문제에 가장 해박했다. 특히 그가 젊었을 때 한 이야기들을 보면 지금 봐도 깜짝 놀랄 만큼 진보적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더니 달라졌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의 노 대통령은 권력의 정점에 있다. 아무리 변치 않겠다고 해도 권력은 그 자체의 메커니즘이 있다. 대통령이라는 그 자리 때문에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단 위원장이 예시한 ‘달라진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대기업 노조에 대한 시각이다. “노 대통령이 대공장(?工場) 노조에 대해 ‘이기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대공장 노조가 자기중심적이어서 영세기업 노조의 몫을 빼앗는 것처럼 표현했는데, 그렇다면 대공장 노조의 몫을 빼앗아 영세기업 노조에 줘야 한다는 뜻인가?”

이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정말 불만스럽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심심해서 한마디씩 하는 것 같은데’라는 표현도 썼다. 기자는 사물을 ‘제로섬(Zero-sum)게임’적 시각으로 보는 노 대통령의 시각과 단 위원장의 ‘파이 키우기’식 시각의 분명한 차이를 느꼈다. 또 한가지 단 위원장이 우려한 부분은 노 대통령의 다변(太辯)이다. 노 대통령이 자신을 ‘노사문제 전문가’라고 지칭한데 대한 소감을 묻자,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하면서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이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에 내 변호를 맡을 때 했던 (노동정책에 대한) 주장을 지금 그대로 지키라고 한다면 가슴이 답답해질걸요”라고도 했다.

일각에서는 ‘총파업의 상징’으로, 다른 쪽에서는 ‘담배 가게 아저씨’로 비쳐지는 단 위원장이지만 그 역시 많은 사람이 하고 있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 모임이 있었던 다음날인 29일, 기자는 한국노총 관계자를 만났다. 그런데 이 관계자 역시 "노대통령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린다" 고 말했다. 이런 인식이 지금 우리사회는 퍼져있다.


(文甲植 사회부 차장대우 gsmo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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