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운동의 단결력을 배우고 한일 레미콘노조의 공동투쟁 성사를 위해 왔습니다.”

일본레미콘노조 활동가들이 건설운송노조(위원장 박대규)에서 파견근무한 지 한달째를 맞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달 31일 입국한 전일본건설운송연대노조(이하 전일건) 집행위원인 사카타 후유키(44)씨와 니시야마 나오히로(35)씨.

이들은 한국말이 서둘러 주말을 뺀 평일 4시간씩을 꼬박 고려대 어학당에서 보내지만 그 임무는 막중하다. 내년 공동파업 준비다. 아직 계획이 구체화되진 않았으나 일단 공동파업의 타깃은 일본의 태평양 시멘트와 한국의 쌍용양회.

그 이유는 지난 2000년 쌍용양회를 인수한 태평양 시멘트가 일본에서의 노동자 탄압을 한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레미콘 노동자들은 20여년 전, 그러니까 80년대 초 힘겨운 투쟁 끝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 태평양 시멘트를 중심으로 문어발식 확장으로 하청회사가 급증, 다시 레미콘노동자들 사이에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카타 씨는 “태평양 시멘트를 일본노동자들이 막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 레미콘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그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일건은 지난 2001년 태평양 시멘트와 직접 단협을 체결하기도 했다.

전태일 열사를 생각하면 가슴이 울컥거린다는 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한국 노동운동의 투쟁력과 단결력을 배우는 일. 이들은 지난 19일 고려대에서 열린 철도노조 파업전야제에 다른 노조와 학생들이 연대하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4월 30일 열리는 노동절 행사를 손꼽아 기다린다는 것. 니시야마 씨는 “일본 노동자 집회 중 전국집회는 노동절 행사뿐이지만 단지 축제에 머물고 있다”며 “단결과 투쟁의 장인 한국의 노동절 행사와 집회를 피부로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노동자들이 한국노동자들보다 생활수준이 높은 것은 자본가들의 선전처럼 묵묵히 일만해서가 아니고 선배들의 투쟁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노동자들에게 배워 우리가 잃어버린 투쟁정신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전일건은 활동가들의 한국 파견근무를 향후 몇년 동안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사카타 씨와 니시야마 씨의 파견기간은 현재 1년이지만 전일건에 기간 연장을 요청할 생각이다.

“한국 활동가들에게 배울 게 너무 많습니다. 일본의 젊은 노동자들에게 한국노동자들의 투쟁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습니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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