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공익사업장이라고 자동으로 직권중재에 회부하는 게 아니라 노사 쌍방의 의사를 보면서 필요하다면 '조건부 직권중재'로 직권중재 남발을 방지하겠다."
신홍 신임 중앙노동위원장(63. 사진)은 직권중재 회부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5일 취임한 신홍 중노위원장을 지난 18일 마포구 공덕동 중노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 취임한 지 한 달이 돼간다. 소감은.
"사실 노동위원회와의 인연은 20년이나 된다. 82년 처음 서울지노위 공익위원으로 출발, 96년부터 중노위 공익위원으로 지내다 이렇게 중노위원장까지 맡게 됐다. 그래서 (노동위원회를) 잘 아는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정말 할 일이 많더라. 노동위원회도 새로 업그레이드 할 게 많다."

- 크게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렵다기보다는 (와서 보니) 사건이 많이 적체돼 있더라. 이는 근로자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사건이 많아졌음에도 공익위원은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비상근으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많다. 지난해 노동위원회가 조정은 1,000여건, 심판은 8,000여건 정도 했음에도 현재 여전히 390건의 정도가 중노위에 계류돼 있다."

- 지난해 노사정위에서 노동위원회 제도개선 합의가 있었는데.
"그렇다. 지난해 11월 합의 결과에 기대가 크다. 일례로 현재 공익위원 10∼30명에서 10∼45명까지 증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심사관의 증원도 시급하다. 심사관은 일주일에 평균 9.4건, 공익위원은 10건 정도를 소화해야 하는데, 인력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 법개정은 언제쯤 되는지.
"노동부는 지난 14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6월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법개정이 되면 일단 숨통이 트일 것 같다."

- 그럼에도 노동위원회의 성과가 없지는 않은데.
"노동위원회가 성과를 논할 기관은 아니다. 다만 얼마나 노동쟁의를 원만히 조정해서 쟁의행위까지 가지 않게 했느냐, 부당노동행위나 부당해고 구제를 얼마나 신속하고 공정하게 했느냐는 부분에선 분명히 진전이 있었다. 예컨대 조정성립률은 97∼99년 20% 정도였는데, 2000년 31.3%, 2001년 43.2%, 2002년 44.1%로 3년 새 2배정도 늘었다."

- 반면 노동위원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은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직권중재제도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태도다.
"정부는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회부할 수 있는 필수공익사업의 범위를 조정·감소하고 남용되지 않도록 회부 기준을 엄격히 하겠다는 수준인 것으로 안다. 앞으로 필수공익사업 축소는 정부의 몫일 테고, 노동위원회는 이의 남용을 막는 직권중재 회부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 세부기준은 어떤 내용인지.
"노사 당사자 의견을 반드시 청취하고, 만약 파업돌입시 중단되는 업무범위 및 중단업무의 공공성, 대체가능성 등을 심도 있게 고려하겠다. 자동적으로 직권중재회부가 아니라 노사쌍방이 파업을 자제하고 계속 교섭을 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 '조건부 직권중재'를 건의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위원장은 조건부 직권중재 건의가 올라오면 바로 회부하지 않고 좀더 교섭결과를 두고 보다가 파업에 돌입하면 그때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 어떤 효과가 예상되나.
"당연히 직권중재의 남발이 자제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직권중재 건수가 줄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밖에 노동계는 조정전치주의 전반에 대한 불신도 큰 편이다.
"지난 87년 사적조정제도가 마련됐지만, 현재까지 10건으로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다행히 지난해 노사정위에서 사적조정제도 활성화에 합의해 인력풀(Pool)도 만들고 홍보·교육을 강화하는 등 인프라 구축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직 노사신뢰가 구축되지 못해 남에게 조정을 맡기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노동위원회는 조정성립률이 3년 새 배가 됐다. 그만큼 파업을 미연에 막는 방지효과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켜봐 달라."

- 새 정부 정책에서 눈에 띄는 것으로 공공부문특별조정위를 설치하겠다는 대목이 있다. 언제쯤 설치가 가능한가.
"우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새 정부 들어서서 여러 노동개혁을 많이 하고 있는데,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하겠다는 일환으로 알고 있다. 공공부문특별조정위 설치도 교섭체계 정비라든지 제도적 보완과 맞물리는 것으로, 법개정이 되면 노동위원회도 최선을 다하겠다."

-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노동위원회가 조정과 심판기능을 갖춘 준사법적 기구임에도 노동부 산하기구로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지적을 했다. 때문에 노동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로 격상시키고 전담 상임위원제 도입 등 인력을 확충하면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인수위 최종보고서에도 노동위원회의 인사·예산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언급이 있더라. 실제 92∼96년 논의를 거쳐 정부는 노동위원회의 조정·심판부를 나눠 전문성을 강화하고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서울지노위원장을 1급으로 각각 격상시켜 준사법적 기관으로 위상을 높이고자 했다. 물론 당시에도 노동부로부터 독립은 아니다. 지금도 막연히 독립한다는 개념보다는 어떤 것이 보다 효과적인지 검토할 사항이 많다. 현재도 반드시 노동부 공무원만으로 구성하도록 된 것은 아니지만 전문성이나 노사공익위원과의 관계도 따져보는 등 '어떤 점이 노동위원회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토록 하느냐'의 측면에서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인수위에서 '노동법원' 설립이 검토된 바 있다. 이는 손배·가압류 남용을 방지한다는 측면과 함께 노동사건에 대한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연결되는 것인데.

"미국의 경우 부당노동행위 구제, 조정 담당기관이 따로 있고 부당해고 구제는 법원이 담당한다. 우리 노동위원회는 이 세 가지 업무를 모두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 독일의 경우 노동법원이 있고,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노동위원회 제도다. 노동법원이 있다면 법률적으로 더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처지에서 보면 노동자의 접근 용이성을 고려해야 한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다. 그런 측면에서 법원이 할 수 없는 걸 현재 노동위원회가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노동사건이 1년에 8,000건이 넘는다. 노동사건을 담당하려면 노동법을 공부한 판·검사가 많이 배출돼야 한다. 현재 노동위원회를 거쳐 법원으로 가는 비율은 전체 사건의 3.7%에 머물고 있고 노동위원회 승소율이 80%대다. 또 조정성립률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노동법원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 새 정부의 노동위원회 정책에 대해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노동쟁의에 대해 그동안 공안문제로 보는 시각이 컸다. 그러나 노사 당사자나 일반 국민의 경우 가급적 노동쟁의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노사관계가 있고 노동권이 보장되는 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노동위원회가 조정·심판업무에 대해 공정, 신속, 합리적으로 처리하고 특히 노동자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업무를 수행하고 싶다. 또 노동위원회 강화,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연윤정 기자(yon@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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