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을 끌어안지 못하면 정규직노조의 힘도 떨어질 것이 분명한데도 아쉬운 결정이 나왔습니다."

노조가입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근로복지공단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이 나오자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정종우 위원장은 17일 아쉬움이 가라앉지 않은 듯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가입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참석한 83명의 대의원 중 63명이나 이같은 의견에 동조했다는 것에 내심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가입을 허용하지 않은 것엔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한다.
당장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 앞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동조건이 확연히 틀린 비정규직이 조합에 가입한 이후 자칫 노-노 싸움으로 비화될 수도 있고, 이는 공단측이 오히려 원하는 상황이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근로복지공단노조 천성웅 정책국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상존하는 많은 사업장에서 아직 비정규직을 끌어안는 노조가 드문 것은 모두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가능하면 비정규직과 함께 하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 현실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2000년 74일을 끌었던 롯데호텔노조 파업 승리의 이면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된 힘이 근간이었다는 사실을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은 얘기하고 있다.
"지난해 정규직노조가 8일간 파업을 벌였을 때 투입된 비정규직이 800명이 넘습니다. 당연히 파업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만약 비정규직이 함께 파업에 동참했다면 더 많은 성과가 있었을 겁니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정종우 위원장의 얘기에서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이유다.

윤춘호 기자(ych01@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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