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Q>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에 회사는 줄곧 노동조합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부서 과장을 동원해 은근히 조합탈퇴를 유도하는가 하면, 2002년 쟁의행위를 이유로 조합비와 간부들에 대해 해놓은 가압류도 아직까지 풀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은 유인물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조합원을 상대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와 가혹한 가압류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한편, 집회 등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도 회사의 이같은 노동기본권 부정행위를 알려나갔다. 그러자 회사는 노동조합 위원장과 간부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A> 회사측이 대자보 부착, 유인물 배포,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된 글을 문제삼아 명예 내지 신용훼손으로 노조간부들을 고소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형법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허위사실은 물론이고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공공연히 이를 외부에 알려 상대방의 명예 내지 신용을 훼손하면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나아가 출판물이나 인터넷 등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가중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알권리, 노동조합의 표현활동의 중요성 등도 명예나 신용을 지킬 권리에 못지 않게 중요한 기본권이므로 모든 경우에 다 형사처벌이 되거나 민사상의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즉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그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 또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특히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노동조합 표현 활동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이므로 판례도 "유인물로 배포된 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에 의하여 타인의 인격, 신용, 명예 등이 훼손 또는 실추되거나 그렇게 될 염려가 있고, 또 그 문서에 기재돼 있는 사실관계의 일부가 허위이거나 그 표현에 다소 과장되거나 왜곡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문서를 배포한 목적이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 증진 기타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문서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한 것이라면 이는 근로자들의 정당한 활동의 범위에 속한다(대법원 1997. 12. 23. 선고 96누11778 판결 외 다수)"고 하여 정당한 활동임을 확인하고 있다.

위 사례에서 노동조합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와 가압류라는 노동기본권 탄압행위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한 것이고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함은 아니므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자 표현활동에 속하여 위법성이 없고 따라서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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