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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장 사건…또 하나의 도그마를 경계하며
[구주모 칼럼]문화는 역사적 공간을 바탕으로 하는 것

문화인류학자 루시앙 레비 브륄은 <미개사회의 사유>에서 미개인과 근대인의 심적 상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개인을 ‘논리 이전(pre-logic)의 사고방식과 느낌을 지닌 사람들이라며, 미개와 문명은 질적으로 다르며 단절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를 통해 문명인의 사고와 미개인의 사고는 사물을 분류하는 방식과 관심의 주된 영역이 다를 뿐, 어느 것이 더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미개인과 문명인의 사고 방식은 세계를 이해하는 두 가지의 다른 방식 혹은 태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사례가 말하는 것은 문화상대주의다. ‘네가 사는 세상은 틀렸고, 내가 사는 세상이 옳다’라는 말은 도그마라는 것이다.

문화에는 우열이 없다

보성초교 서교장 자살사건의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는 이 사건을 둘러싸고 무수한 글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논쟁은 크게 ‘죽은 교장이 불쌍하다, 전교조는 나쁘다. 혹은 전교조는 할일을 다했다, 억압적인 교단풍토가 진짜 원인이다’로 압축된다. 여기서 서교장 자실사건을 초래한 차시중 문제가 등장한다.

지금은 사회 각분야에서 수평적인 인간관계 시스템이 속속 자리를 잡아가는 시대. 따라서 차시중 요구는 21세기 ‘문화코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있긴 하나, 전교조는 할 도리를 했다고 본다. 교단에 상존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도출하는 것은 전교조의 목적이 아닌가. 서교장은 이런 사회변화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환경속에서 살았고, 그러다보니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을 참기 어려웠으리라 짐작된다.

단,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차시중 요구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어야 할 ‘절대악’으로 규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차시중은 50~70년대만 하더라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관행이었다. 지금 우리가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행하는 일들이 세월이 흐른 뒤 ‘있어서는 안될 일’이 될 가능성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미리 그런 일을 찾아내 개선하지 않았다고 돌팔매를 던진다면 맞아야 할 것인가. 개선대상을 절대악으로 치환하는 것은 안될 일이다.

그저께 영국유학생이라는 모씨가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을 보았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학장과 청소부 아줌마가 아무런 격의없이 아침마다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현지 한국인 학교를 방문한 근엄한 우리나라 장관님과 비교하면서 ‘권위주의’를 비꼬았다. 글을 쓴 본심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일방적인 비교에 길들여진 이런 시각은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처에 불합리와 모순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한국문화는 한국이라는 공간과 역사를 기초로 하는 것이다. 개선은 이것을 깡그리 부정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 우리가 조금 더 합리적이라고 해서, 우리보다 덜 합리적인 방글라데시나 소말리아를 우리나라 스타일로 모조리 뜯어고쳐야 할까.

진보에 대한 고민 필요

우리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미국인. 그들이 선택한 정부는 21세기를 야만과 살륙의 시대로 만들고 있다. 유학생이 그토록 찬탄해마지 않는 영국인들. 그들의 정부는 야만과 살륙의 조력자로 행세하고 있다.

길 앞에 놓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할 때마다 돌아보아야 할 것이 있다. 개선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이 사회를 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행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진보란 전체 생명의 진화가 보여주고 있는 특성”이라며 세상은 갈수록 더 나아지고 있음을 지지한다. 그러나 스티븐 제이 굴드는 “역사의 패턴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진보란 반드시 버려야 하는 유해하며, 문화적으로 편향돼 있으며, 검증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굴드의 이야기는 도그마를 경계하는 말로 들린다.


구주모 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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