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편집위원

신정부 출범 이후로 정부와 양대노총간의 관계설정 방식이 변하고 있다. 이전에 정부가 노동계를 상대할 일이 있으면 한국노총을 주요 대화 파트너로 하는 경우가 많았던데 비해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관행들이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정부와 양대노총간의 관계설정의 변화는 노사정 논의구도 뿐만 아니라 노동정책의 추진과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최근 정부와 양대노총간의 관계설정 방식이 변하고 있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노사정 대표들과 주요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노사정포럼이 열렸는데, 이날 참석한 노동계 인사들 중에 한국노총 간부들이 민주노총 간부들보다 적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노사정 포럼에서 한국노총 간부들이 더 많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또 최근에는 일부 언론에서 노동부가 민주노총과 정기적인 정책협의를 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가면서 한국노총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노총 일각에서는 청와대 등 정부 관계자들이 민주노총과 자주 접촉을 하면서 한국노총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에서 한국노총의 주도적인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부와 양대노총간의 관계설정 방식의 변화는 노사정 역학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전체적으로 본다면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는 협조국면보다 긴장국면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먼저 한국노총의 대정부 태도는 최근 들어 비판적인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정부와 긴장과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대정부 관계에서는 노동계 대표주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그런 역할의 토대위에서 노동정책 협의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일부 간부들이 정부 산하기관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정부 들어서서 이런 노동계 대표주자로서의 역할은 줄어들고 있고, 한국노총과 정부간의 관계는 협조관계보다 긴장관계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민주노총도 기본적으로는 대정부 긴장관계를 견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신정부 들어서서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와 민주노총간의 관계는 정부가 민주노총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 폭은 좁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신정부의 양대노총에 대한 새로운 관계설정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노사정간의 긴장이 더 고조되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노사정위원회의 재가동과 노동정책 추진과정에서 노동계의 저항이 더 커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불안정성은 새로운 노사정 역학구도로 가는 과정의 과도기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정부와 양대노총이 주요 쟁점에 대해 문제해결의 경험을 쌓아나가면서 새로운 관행들이 정착되고, 그속에서 새로운 질서에 맞는 균형점을 찾아나갈 때 과도기적인 긴장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질서가 얼마나 빨리 정착이 되느냐는 정부정책의 신뢰도와 양대노총의 리더십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양대노총의 리더십이 안정돼야 안정적인 협의구도가 만들어 질 수 있고, 갈등요인이 발생해도 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불안정한 시기일수록 정부가 양대노총의 속마음을 헤아리는 현실적인 균형감각과,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일관성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부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관행들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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