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40대 인도인이 가족 상봉을 코앞에 두고 병원에서 쓸쓸히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인도인 노동자 라나(46)는 지난달 17일 인천시 부평구 ㅅ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만성간염과 패혈증으로 지난 5일 숨졌다. 한국에 관광비자로 입국한지 2년 6개월 만이었다.

한 방송사의 주선으로 남편을 만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11일 귀국한 부인과 아들(20살)은 청천벽력같은 가장의 사망 소식에 병원에서 오열하고 말았다.

뉴델리에서 하루종일 차를 타고 가야하는 농촌이 고향인 라나는 2000년 9월 자신이 운전하던 차와 집 등 전 재산을 처분해 비용을 마련한 뒤 꿈을 안고 한국에 들어왔다. 인천 남동공단 안 목재공장과 프레스공장 등에서 일하던 그는 오직 가족을 위해 야근 등 힘든 일을 마다지 않았다.

애초 건강했던 그는 점차 몸이 아파 지난해 9월부터는 마땅한 일자리를 못구했고 공단 주변의 사글세 자취방 방세조차 내지 못해 11월 쫓겨났다. 이후 인도에서 온 동료들의 자취방에 얹혀 살며 몸이 아파도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데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까지 겹쳐 술로 고통을 견뎠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그러다 올해 2월 중순께 동료들 자취방에서 나와 공단 주변에 있는 교회 예배실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쓰러져 발견된 곳도 교회 예배실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기고 임종까지 지켜본 씨앗교회 선교사 이아무개(33)씨는 “많은 돈을 들여 한국에 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자주 술을 마시는 바람에 몸이 망가진 것 같고 병원비 조차 아까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나중에는 술로 고통을 달랜 것 같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라나는 임종을 얼마 앞두고도 고향에 가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돈을 가지고 가야 한다”며 손을 저었다. 선교사 이씨의 6살된 아들을 보고는 고향에 두고온 자식이 그리운 듯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이씨는 전했다.

라나는 코리안드림을 이루지 못한채 12일 화장해 한줌의 흙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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