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교장선생님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저한테 왜 이렇게 무거운 짐을 두고 가셨을까 하고…”

충남 예산 ㅂ초등학교장 자살 사건의 한쪽 당사자인 기간제 여교사 진아무개(27)씨는 10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가슴 속에 쌓아둔 심경을 털어놨다. 지난 6일 서울에 올라와 숨어지내다시피 하는 진씨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서 교장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려 지친 표정이 역력했고, 대화 도중 계속 울먹여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였다. 다음은 진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지금 심경은

=교장 선생님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이 너무 컸다. 이렇게 허망하게 가시다니….

-학교쪽은 차 심부름 요구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교장·교감선생님 모두 차 심부름을 요구했다. ‘못 하겠다’고 하니까 수업 중에도 들어오셔서 꾸짖었다.

-그 뒤 어떤 일이 있었나

=교장·교감 선생님이 계속 차 심부름을 요구해 이틀 병가를 내고 쉬었다. ‘기간제 교사인데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구나’ 생각했다. 학원강사로 일할 때는 학생지도만 신경쓰면 됐는데, 학교에 와보니 교장 선생님에게 아침마다 차 대접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더라. 내가 정규직이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학교가 이런 곳인줄 알았다면 오지 말 것을’하며 나를 원망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이유는

=글을 올리기 전에 ‘내가 참고 말지, 나 혼자 관두고 말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다른 기간제 교사가 계속 당할 것 아닌가. 기간제 교사는 기댈 곳이 없다. 문제를 일으키면 나는 그 지역(예산)에서 기간제 교사 일자리를 찾는 것은 끝이다. 그런 것 감수하고 글을 올렸다.

-지금 가장 답답한 점은

=언론이나 인터넷을 보니까 전교조와 나를 살인마처럼 만들어버렸다. 선생님의 죽음만 있고, 원인규명은 찾을 수 없었다.

-전국의 2만여 기간제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문제에 적극 대응하려다 이렇게까지 됐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냥 참고 지내라’고 권하고도 싶다. 복잡하다.

진씨는 인터뷰 끝무렵 눈물을 글썽이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규직 교사가 돼야겠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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