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본사 대림산업 플랜트 영업부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이라크전 발발과 동시에 중단됐던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KOC ㆍKuwait Oil Co.)와 2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수출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라크의 전후복구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국들의 각종 공사발주가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다.

중동이 `21세기의 엘도라도`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왜 중동은 황금의 땅인가=전쟁 이후 이라크ㆍ쿠웨이트ㆍ사우디아라비아ㆍ이란ㆍ요르단 등 중동 전역에서 줄잡아 4,000억(5년간)~7,000억달러(10년간) 규모의 새로운 거대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데이비드 더 로사 미 예일대 객원교수는 “이라크전 이후 중동은 금광이 쌓여 있는 `노다지(Bonanza)`”라고 비유할 정도다.

전후 중동특수는 이라크를 필두로 이라크 주변 산유국들에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ㆍ오만ㆍ요르단 등 주변국들은 최근 3~4년 동안 환경ㆍ수자원ㆍ발전소ㆍ플랜트 등의 공사를 미뤄왔다. 모두 단일공사비만 수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들이다.

미국의 연구기관인 CSBA(Center for Strategic and Budgetary Assessment)는 종전 후 5년간 이라크 재건비용으로 최고 1,050억달러를 추정하고 있으며 복구기간이 10년으로 장기화될 경우 3,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세계은행은 최근 이라크전 이후 중동 산유국들의 건설공사 발주액을 최고 3,70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이라크 재건비용 추정치 1,050억달러와 전쟁 이후 본격화될 중동 산유국들의 건설공사 발주액 3,700억달러를 합치면 4,750억달러에 달한다.

이라크의 복구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면 금액은 더 커진다. 이라크 복구비용이 3,000억달러를 넘어서고 여기에 이라크를 제외한 중동 산유 부국들의 공사금액 3,700억달러를 더하면 무려 6,700억달러에 이른다. 전후 복구비용이 늘어날 경우 최고 7,000억달러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올 국내기업 예상수익 최대 200억달러=`150억~200억달러`. 우리나라가 폐허의 중동을 재건하는 사업에 성공적으로 참여해 거둬들일 목표치다.

KOTRA는 올 대중동 수출액이 이라크 복구사업 및 중동 지역에서 발주될 신규 공사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 75억달러의 두배에 달하는 150억달러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동석 KOTRA 이라크대책반 차장은 “이라크전 이후 우리나라의 대중동 수출액을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국내 건설업체들의 플랜트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전후 대중동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두배정 도는 늘어날 것”이라며 낙관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기업들은 지나나 90년대 말부터 대중동 수출품목을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변모시켜 중동의 산유 부국의 오일달러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건설 11억400만달러 등 국내기업들의 이라크 미수금이 순조롭게 회수되고 중동 지역에서 번지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할 경우 이라크전 이후 중동 지역에서 거둬들일 외화는 줄잡아 200억달러에 육박할 수도 있다.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팀장은 “이라크전 이후 중동 지역에서는 유전ㆍ건설 부문과 함께 유가급등으로 경제사정이 좋아진 산유국 부유층들의 고급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가 가전ㆍ무선통신 및 자동차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수혜가 큰 품목으로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동 수출 1ㆍ2위를 기록한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가 꼽힌다. 지난해 대중동 자동차 수출은 12억달러(수출비중 16.0%)를 기록했으며 무선통신기기는 7억8,000만달러(10.4%)에 달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반미감정의 확산으로 미국제품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산 가전제품ㆍ위성통신수신기 등 소비재 부문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대중동 수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중동특수로 불황을 탈출한다=`1인당 소득 2만달러 시대를 펼쳐줄 풍요의 땅`. 중동은 21세기 초입부터 지금껏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세계경제와 이에 철저하게 연동돼 있는 한국경제를 단숨에 탄탄대로로 끌어올릴 `희망의 디딤돌`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제2의 중동특수`와 소비심리 회복이 시작되면 침체기로 접어드는 글로벌 경제는 물론 북핵파문, 청년실업 가중, 가계부실 확대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경제가 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삼성ㆍLG경제연구소 등 민간연구소에서는 이라크전이 종전되면 유가가 안정세를 찾아 미국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 사정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70년대 중동특수가 개발연대 한국의 `성장 엔진`이었다면 21세기 중동특수는 넛크래커(호두까기)에 끼어 있는 한국의 고민을 해결해줄 `황금 열쇠`”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또 걸프전과 비교할 때 전쟁 후 유가는 배럴당 20~25달러 사이에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돼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30여년 만에 찾아온 `중동특수`에 부풀어 있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오는 29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플랜트 수주단을 중동 산유국에 파견하는 등 전쟁 후 중동특수를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돌파구로 삼으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오일달러를 거둬들이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사전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귀담아들을 대목이다.

<최인철,한동수기자 >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