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徐承穆·58) 교장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교육계에 깊이 파인 갈등의 골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강경 투쟁식의 운동 방식에서 탈피하고 일선 학교도 변화를 통해 교육공동체 복원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서 교장의 영결식은 8일 오전 거행됐다.

▽운동 방식 반성=1989년 교육민주화와 참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전교조가 초심을 잃지 말고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는 교원단체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교조는 1999년 1월 교원노조법안의 국회 통과에 즈음한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비합법시대에 어쩔 수 없이 표출되었던 상대적 과격성, 급진성 등을 걷어내고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유연하게 학생과 동료들을 대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살며 또 가르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과 교육시장 개방 반대 투쟁 등에서 보듯 대화와 타협보다는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데 너무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교대부속초등학교 홍성식(??植) 교장은 “전교조가 교육계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합법화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승원(李承遠·서울 대방초등 교장) 한국국공립사립 초중등학교장 협의회장은 “전화항의와 인터넷 폭로 등 교육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운동 방식이 문제”라며 “학교 문제는 직원간 대화, 운영위 공론화, 교육당국 감사청구 등 순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매도하고 특히 교장 교감 등 관리직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전교조가 스스로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도 변해야 한다=그러나 일선 학교와 교사, 교장들의 학교 운영 방식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초강남시민교육운동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일선 단위 학교가 과거의 관행에만 머물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생 능력이 없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교사나 교장들도 군림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서로 포용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대명중 이정곤(李楨坤) 교장은 “이번 사건을 앞으로 교장들과 전교조가 서로의 역할과 기능을 인정하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나가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성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전교조 교사 사퇴를 요구하며 등교 거부를 계속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천안새교육공동체시민모임 안충섭(安忠燮) 사무국장은 “학부모들이 격앙된 것은 이해하지만 어른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아이들”이라며 대화를 강조했다.

▽영결식 엄수=서 교장의 영결식은 8일 오전 10시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유가족과 충남도내 15개 시군 교장단 교총회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력 소개와 조사, 분향,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강복환(?福煥) 충남교육감은 애도사에서 “서 교장의 교육자적인 열정이 절실히 필요한 이 때 훌쩍 떠나면 어떡하느냐”며 “우리는 당신의 뜻을 받들어 교육계 갈등의 땅을 깊이 갈아엎고 골을 메워 사랑의 학교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학생 대표인 6학년 박민수군(12)이 “작업복 차림에 땀을 뻘뻘 흘리시며 손수 책상 상판을 갈아주시던 교장 선생님과의 이별이 이렇게 빨리 올 줄 알았더라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릴 걸 그랬다”며 울먹이자 식장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운구차 등 차량 20여대는 영결식이 끝난 뒤 이날 낮12시경 예산의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실 앞에 들러 5분간 항의 경적 시위를 벌인 뒤 장지로 향했다.

▽경찰수사=예산경찰서는 9일 서 교장의 부인 김순희씨(52)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벌인 뒤 내주 중 진모 교사 등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예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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