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가 노조활동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질병에 걸렸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행정법원 판정이 나왔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는 이에 관한 시행규칙조차 마련되지 않아 노조전임자에 대한 산재인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일 자동차부품업체인 동서공업의 전 노조위원장 이연식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조 업무 전임에 회사승낙이 있고 합법적 범위에서 노조일을 하다 얻은 질병이라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도 지난 94년 "노조전임이 사용자인 회사의 승낙에 의한 것이고 재해발생 당시 근로자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질병이 노조 업무수행 중 육제적, 정신적 과로에 의해 발생했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요양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내부 시행규칙상엔 노조전임자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상태다. 근로복지공단 담당자는 "업무상 재해를 구분하는 기준에 노조활동에 대한 별도 항목이 없어 '행사 중 재해'에 관한 항목을 근거로 유추해석해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송 당사자인 이연식 씨도 당초 노조전임자와 관련한 요양승인 요건 해석이 공단 각 지사별로 제각각인 실정에서 안산지사측이 "노조전임자는 근로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척수염과 업무사이에 인과관계도 없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판정을 내린 데 반발, 소송을 낸 경우다. 이씨는 "노조전임자들의 산재에 대한 선례를 남긴다는 심정으로 재판에 임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근로복지공단이 노조전임자의 산재를 인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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