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 고용허가제 실시 발표 며칠만에 그만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정부는 지난 3일 당·청 협의회를 갖고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업종에 시범실시한 뒤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추진 발표를 한 지난달 28일 이후 불과 6일 만이다.

사실상 입법포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이번 시범실시안에 대해 정부는 국회쪽도 찬반으로 의견이 갈려있고, 노사도 의견이 다른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노사 의견이 엇갈린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정부다. 고용허가제 도입 논란이 시작된 지 벌써 7년이나 지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8일 외국인 고용허가제 추진방침을 발표하면서 어떤 자세였는지 묻고 싶다. 외국인력의 편법활용, 송출비리, 불법체류자 양산, 노동시장 왜곡, 외국인 인권침해 시비가 있는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한다고 자신 있게 밝힌 정부다. 그 패기와 소신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말이 있다. 새 정부는 지금 개혁과제 중 하나인 고용허가제를 시작도 하기 전 일부 정치권과 재계 반발에 밀려 꼬리를 내린 결과가 됐다. 새 정부가 풀어가야 할 개혁과제 중 그래도 쉽고 명료하다는 고용허가제를 이렇게 포기한다면 앞으로 남아있는 주5일 근무제, 공무원노조 도입, 비정규노동자 보호방안 등의 추이도 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말을 거창하게 하기보다 작은 것부터 결단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정부의 자세가 보고 싶은 이유다.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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