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편집위원

"신정부의 노동정책요? 개혁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주 한 노사관계 전문가 모임에서 신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신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한달, 노동정책에도 변화와 개혁의 조짐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상이 잡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먼저 신정부의 노동정책 비전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신정부 들어서 노 대통령은 "노동문제는 공안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몇 가지 메시지 속에서 읽혀지는 것은 노동정책의 무게중심이 너무 노사분쟁 해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신정부가 생각하는 생산적인 노사관계의 상은 어떤 것이고, 그런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동정책의 기조가 무엇인지는 잘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정부 노동정책의 상이 잘 안 잡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주요 정책 현안의 향배가 불투명한 것도 작용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조의 파업과 관련한 책임범위의 경우 아직도 혼란스러운 영역이다. 노동부에서는 합법적인 파업의 범위를 검토하겠다거나, 불법파업이라도 과격행위가 아니라면 불구속기소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발언들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 것인지, 어느 정도 구체적인 검토 속에서 나온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합법파업의 범위를 조정하기 위해서 법개정을 하겠다는 것인지, 불법파업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 검찰과 협의가 된 것인지 모호하게 처리가 된 채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를 유리하게 해석하여 정부 정책변화에 기대감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반대로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혼란스러운 것이다.

정부는 노사분쟁에 대해서도 조정 중재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 임단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정중재를 강화하기 위한 개혁조치는 눈에 띠지 않는다. 이러다간 올해는 조정중재기능 강화의 효과도 보지 못하고 넘어가게 될 판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 논의도 현재 국회 처리과정이 어떻게 될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라크전 파병 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와중에 국회 내에서의 노사 재논의는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4월 임시국회 처리는 물 건너가고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미 대기업 노조들은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단협 요구안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고, 몇몇 기업에서는 노사 자율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사업장에서는 국회의 주5일 근무제 논의 내용과 다른 형태의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국회의 법안 논의과정과 이미 도입된 사업장의 관행이 부딪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신정부의 노동정책이 불투명한 것처럼 비쳐지는 데는 노동정책을 책임지고 주도해나가는 중심축이 잘 보이지 않는데서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과거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이 없어지면서 노동정책의 주요기능은 상당부분 노동부와 노사정위, 노동위원회가 담당해야할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노동정책 개혁의 엔진역할을 하는 주체가 눈에 띠지 않고 있다.

물론 모든 개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책의 불투명성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점이다. 특히나 집권 초반기 한 달은 후반기 열 달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안고 있다. 노동정책의 불투명성의 그림자가 빨리 사라지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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