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일 서동구 <한국방송> 사장 임명 과정의 문제점을 공식 인정하고 후임자를 인선할 뜻을 밝힘에 따라 이 회사 경영진 인선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노 대통령이 이날 국회 국정연설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회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사태의 전말은 이러하다.

노 대통령은 측근들의 조언에 따라 서 사장이 적임자라고 생각해 사장 제청 심의를 진행중인 한국방송 이사회에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그의 선임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자 노 대통령은 한 참모를 통해 “대선후보 고문을 지낸 경력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벌어질 수 있으니 재고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으나, 그 참모는 이사 가운데 고작 한 사람에게만 노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한국방송 이사회는 자신의 재고 주문을 ‘어기고’ 서 사장을 제청했으며, 노 대통령은 ‘내친 김’에 임명까지 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인선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거짓말을 한 게 돼 낯이 뜨겁다”고 잘못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어쨌든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이 회사 김영삼 노조위원장과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연합 사무총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현 이사회가 후임자를 제청할 뜻을 표명할 경우 서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사장의 자격 시비를 수용하되, 현행 법 절차에 따라 현 이사회의 틀 안에서 후임자를 임명할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노조와 시민단체 간부들도 “상당 부분 오해가 풀렸다”며 대화 결과에 대체적인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들은 현 이사회 대신에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한 다음에 거기서 후임 사장 제청 절차를 밟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현 이사들의 임기가 내달 11일로 만료되는 점을 감안할 때 노조와 시민단체 주장대로라면 이 회사 경영진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여러 정치·사회세력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 이사회의 책임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원칙적 문제를 거론했던 것”이라며 “앞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해 접점을 찾겠다는 뜻을 일부 비쳤다.

노조 등은 간담회에 앞서 “시민사회단체와 노조가 개혁성, 정치적 독립성 등을 토대로 공동추천한 성유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이형모 전 한국방송 부사장, 정연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 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현 이사회를 통한 `다시 제청' 방안을 주장한 바 있다.

박창식 성연철 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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