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SK, LG등 대기업그룹들을 중심으로 ‘인사 대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5~6개의 다단계 직급이 3단계로 간소화하고 동일직급내에도 2배이상의 연봉차를 두는 능력급제가 도입되고 있다. 발탁인사와 공개형 수시채용 등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조직과 급여체계의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지난해말 이사대우와 이사 직급을 폐지, 임원승진때 곧장 상무 직함을 달도록 전계열사 임원 호칭을 바꿨다.

지주회사격인 SK㈜는 아예 직원도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5단계에서 사원―과장―부장의 3단계로 중간관리자 2개층을 걷어냈다. SK㈜의 인사팀 황해동부장은 “직급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다”며 “직위승진이 사라지고 직책승진만 남는 2002년에는 사실상 팀장과 팀원의 구분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최근 상무보―상무―전무―부사장―사장의 5단계를 상무―부사장―사장의 3단계(임원급), 9급 사원∼1급 부장의 9단계를 어시스턴트―주니어―시니어―리더의 4단계(직원급)로 의사결정 라인을 대폭 줄였다.

두산, 제일제당, 한솔 등도 6단계 임원직급을 3단계로 과감히 축소했다. 급여체계도 연공서열에서 능력급으로 바뀌고 있다. 연 1∼2회 팀장 주도 또는 다면평가에 따른 5∼6단계의 고과에 따라 동일직급내에서도 0∼30%의 봉급차가 발생한다. 그 결과 연봉 3000만원대의 과장도 4년 연속 A등급의 평가를 받으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모기업 인사담당 이사는 “내부충격이 클까봐 아직 공개는 않고 있지만 연속 3번 최하위 고과에 걸릴 경우 퇴사시키는 ‘스리아웃제’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두산, 제일제당 등 일부 기업에서는 발탁인사가 조직에 탄력과 긴장감을 불어넣는 기법으로 정착되고 있다. 4년 지나면 대리, 또 4년 지나면 ‘자동으로’ 과장으로 승진하던 공식은 사라졌고, 1∼2년의 최소 승진연한마저 올해는 없어졌다.

능력과 실적이 좋으면 과장이 단1개월만에 부장으로 승진할 수도 있다는 게 이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설명. 한 대기업그룹 인사담당자는 “매년인력의 일정비율을 물갈이하고 새 피를 공급하기 위해 수시·공개 채용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능력중심의 서구식 인사제도를 속속 도입하는 이유는 디지털 경제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연한 대응이 절박하다는 판단 때문. 특히 ‘지식이 곧 자본’인 지식경영시대의 핵심은 인재확보에 있고 인재에 대한 선발·육성·관리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한다는 공감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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