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구(徐東九) KBS 신임사장이 28일 오전 청원경찰을 동원해 출근을 강행했다. KBS 노조는 이에 반발, 내주 중 파업찬반 투표에 들어가기로 해 대립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 신임사장은 임명된 지 사흘만인 이날 오전 9시40분께 KBS 본관에 도착, 간부와 청원경찰 등 100여명이 본관 입구를 막아 선 노조원 50여명을 해산시키는 사이 지하 주차장을 통해 사장실로 들어가 업무를 시작했다.

서 신임사장은 이날 오후 사내 전산망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전쟁하듯 회사에 들어와 참담하고 한없이 부끄럽지만 노조가 대화를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40년 언론 생활에 마지막 봉사의 기회다 싶어 오랜 망설임 끝에 이 자리에 왔으며 능력이 미치는지 등은 대화를 통해 검증해달라”고 당부했다.

노조는 이날 낮 12시 비상총회를 열어 서 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총력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하고, 김영삼 위원장 등 간부 2명이 투쟁의지를 다지는 삭발을 했다.

노조 관계자는 “전날까지도 ‘물리력을 동원해 들어가지 않겠다’던 서씨가 하루만에 말을 뒤집은 것은 자신의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며 “29일부터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이르면 내주 초 파업 돌입을 위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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