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와 학생들의 반전시위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경찰이 시위가담자는 몰론 취재기자까지 무차별 폭행하는 구태의연한 과잉진압을 벌여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의 이같은 과잉진압 구태는 “반전 움직임까지 끌어안겠다”며 유연한 대처를 주문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를 무색케 하는 것으로 경찰조직 상층부의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반전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반(反)반전’움직임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각급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수업을 자제하라는 정부와 교육 당국의 압력설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 폭력진압〓26일 오전 대학생들의 미대사관 기습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학생들과 일부 취재진을 발로 밟고 곤봉과 방패로 때리는 등 무차별적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시위대의 거센 몸싸움 과정에서 많은 학생이 부상했으며 학생 한명이 눈주위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또 경찰은 현장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고 이들을 곤봉으로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해 한겨레, 문화일보 소속 사진기자가 부상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는 “경찰이 취재 중인 내 배를 발로 차고 넘어 뜨려 취재를 할 수 없었다”면서 “경찰이 취재기자들을 폭행하고 취재를 못하게 한 것은 상부의 지시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연행과정에서 일어난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반 반전 압력 가중〓일선 교사들은 전국 각 학교에서 반전 수업이 실시되자 교육부 등 관계기관에서 ‘반전수업을 막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주장, 파문이 예상된다. 학생들에게 반전교육을 실시중인 서울 시내 한 중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 반전수업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된 뒤 위에서 ‘반전수업을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의 반전수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교조측은 반전수업 저지압력에 대한 실태가 파악되는 대로 관계기관에 정식 항의할 방침이다.

한편 반전단체 인터넷 사이트 등에 반전운동을 비판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등 ‘안티 반전’ 움직임이 거세다.

한국 반전평화팀 지원연대(iraqpeace.ngotimes.net)와 한국이라크 반전평화팀(nowar.sp.or.kr)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부시의 전쟁은 정당하니 반전운동을 멈추라” “파병을 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좀더 돈독히 하자는데 왜 반대하느냐”는 등 전쟁과 한국파병에 찬성하는 글이 올라와 네티즌 사이에 거센 공방이 오가고 있다.

이영희기자 misquick@munhwa.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