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은 독재자 후세인을 제거하기위한 것으로 알았었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광주 광덕중학교 3학년 현준이는 지난주부터 선생님으로부터 ‘반전 수업’을 받고 이라크 전쟁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다음 표적은 북한이라고 합니다. 6.25전쟁으로 국토는 나뉘어 있지만 같은 민족입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약하고 빈곤하면 무참히 짓밟아도 되는 것일까” 같은 학교 영호도 미국에 대한 분노를 토로했다. 영호는 “2,000년이 넘는 고대의 문화재를 간직한 이라크 지역을 고작 200여년 역사를 지닌 나라가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은 너무하다”며 어른스런 걱정을 하기도 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반전 수업이 아이들을 바꾸고 있다. TV에서 중계되는 이라크전을 마치 컴퓨터게임처럼 재미있어 하거나 무심히 구경하던 아이들이 폭력에 분노하며 인류애와 민족애를 깨닫고 있다.

광덕중학교 조영기 교사는 “장난감 수집하듯 첨단 무기의 성능과 제원에만 관심을 갖던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고 말한다.

초등학생들도 이라크 어린이들의 참상에 마음아파했다. 남양주 광릉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반전 수업 후 소감문을 통해 “이게 세계평화냐? 사람들은 죽어가는데 부시는 그런 석유 때문에 싸우냐? 자기네도 석유가 있으면서…”고 분노하는가 하면, “아직 우리는 어리지만 이라크 아이들을 걱정해 주어 그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뜨거운 격려를 보냈다.

광릉초등학교 홍정은 교사는 “처음에 이라크 전투장면을 비디오로 보여주자 전쟁영화라도 보는 듯 즐거워했는데 한장면 한장면의 의미를 설명해 주자 아이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현재 반전 수업은 전교조본부가 아닌 각개 학교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북 관촌중학교와 서울 역삼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만든 반전 평화 배지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전교조 충북지부 소속 교사들은 21일부터 이라크 어린이들과 학생들을 위한 묵념, 반전 평화 리본 달기 등을 실시하고 있다.

광주지부 소속 1.215명의 교사들은 22일 반전 평화 교사 시국선언을 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커뮤니티 ‘인디스쿨’등에도 반전 수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경험을 공유하려는 교사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있다.

교재로는 전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미국 13세 소녀의 연설문, 전쟁 직전 이라크 고교생들이 미국 학생들에게 쓴 편지, ‘이라크 침공에 대한 50문 50답’ 등이 활용되고 있으며 영어시간에는 반전 연설문을 번역하고, 미술시간에 평화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 관계자는 “민족과 통일에 대한 공동수업은 진행했었지만 인류애적 가치를 공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어린이들도 전쟁의 참상에 대해 제대로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일선학교의 반전수업에 대한 대처방향이 아직 세워져있지 않다”며 “때문에 실태파악도 안돼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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