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비정규직 조직화는 비정규직에 대한 시혜차원, 온정주의,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노조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금융노조가 지난달 26일 대의원대회에서 구성키로 결정한 '비정규직 조직화특별위원회'(비정규직특위)의 지휘를 맡고 있는 양병민 수석부위원장.

양 위원장은 "비정규직 조직화는 산별노조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파편화되고 개별화되는 금융 노동자들을 한 데 모으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조직화는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타 업종에 비해 높은 임금과 복지수준은 금융노동자들을 개량화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됐다"며 "여기에 IMF 이후 실시된 구조조정으로 고용불안에 대한 잠재의식이 맞물려 금융 노동운동은 또 다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정규직 중심의 노조운동에다 현재와 같은 불안한 산별구조로는 변화되는 외부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양 위원장은 "언제까지나 정규직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조직적 대안이 나와야 산별노조도, 노동운동도 발전할 수 있을 것"면서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바로 그 대안으로 꼽았다.

양 위원장은 이어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조직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일단 올해까지 조직을 해내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처우개선 등에 나설 방침"이라며 비정규직 조직화를 신분보장이나 처우개선과 동일시하는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엄밀히 말해 조직화는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싸움의 시작이라는 얘기다.

양병민 비정규특위 위원장은 지난 99년 금융노련 산별추진특위 위원장을 맡아 금융노조 탄생의 산파 역할을 맡은 데 이어 2002년부터 2기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97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은행노조 위원장직도 수행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이와 함께 한국노총 출신으로 2002년, 2003년 민주노동당 당대회 부의장에 선출됐으며 꼼꼼한 일처리와 추진력으로 금융노조 안팎에선 비정규직 조직화사업의 적임자란 평가가 많다.

윤춘호 기자(ych01@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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