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공인노무사(민주노무법인)

Q> 정부산하기관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 취업규칙에 보면 일용직에 대해 "예산의 범위 안에서" 각종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일당 이외에는 심지어 주휴수당이나 연·월차휴가수당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예산에 책정된 바 없다면 일용직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가?

A> 정부산하기관 등 공공기관의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문제되고 있는데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수당 등 임금지급에 대한 차별사례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임금에는 일당 외에 주 소정 근로일 만근을 전제로 부여되는 유급휴일에 대한 보상 즉 주휴수당과, 연·월차휴가나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 지급되는 연·월차휴가수당, 생리휴가수당이 있고, 연장근로를 한 경우에 지급돼야 하는 연장근로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질의에서처럼 정부산하기관에서는 취업규칙에 예산의 범위 안에서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주무부처에서 예산승인이나 배정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이런 경우에 정부산하기관의 설립법에서 규정하는 기관의 예산권과 근로기준법간의 효력이 문제된다. 정부산하기관이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법정 제수당의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에서 "예산의 범위에서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설립모법(예; 00공사법)에 근로기준법상의 책임을 면책하는 근거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대부분의 기관 설립모법에 보면 "공단은 --- 예산안을 작성하여 000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와 같은 규정을 두고, 취업규칙과 관련해서도 "공단은 그 조직·회계·인사 및 보수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해 000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설립모법은 그 제정취지로 보아 근로기준법의 특별법으로 볼 수 없으므로, 주무부처 장관이 가지는 설립모법상의 예산승인권 또는 취업규칙 승인권이 근로기준법에 우선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도 "정부투자기관 예산회계법(1962.8.13. 법률 제1119호, 같은 사유로 1984.3.1.폐지)은 정부투자기관의 예산 및 회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합리적인 운영과 독립채산제의 확립을 기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근로기준법과는 입법목적, 규정사항들을 달리하므로, 위 법률들이 전면적으로 근로기준법의 특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90다15457)하고 있다.

따라서 설령 정부산하기관의 설립모법상 예산승인권을 주무부처 장관이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정부산하기관장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한 근로기준법이 부과하는 사용자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예산부족시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규정된 취업규칙은 무효가 되어, 사용자는 반드시 근로기준법에 따라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법원은 정부산하기관의 단체협약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에서 '주무부처 장관의 예산승인을 받지 않은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제1항에서 단체협약의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에 대한 강행적 효력을 명시하고 있는바 도대체 주무부처 장관이 산하기관의 노사간 단체협약도 아닌 예산이나 취업규칙에 대한 승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단체협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고 그런 논리라면, 앞서 본 법정수당의 경우에도 근로기준법이 정부의 예산승인권에 의해 배제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현재 하급심에서의 위와 같은 판결이 앞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향후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허수아비에 불과한 산하기관장을 상대로 교섭이나 임금지급을 청구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를 상대로 단체교섭이나 임금지급을 청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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