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16일 서울 강남의 G백화점 명품관내 수입의류매장. 원피스 한 벌에 2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품들만 진열돼 있지만 새로운 브랜드와 유행을 쫓는 명품족들로 매장은 종일 북적댔다.

이곳을 찾은 주부 최모(41)씨는 “지난해 산 명품 브랜드 핸드백이 일반 사람들에게도 너무 많이 알려져 새로나온 브랜드를 사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태리 미국 등 해외 부유층 사이에 인기가 높은 ‘M’브랜드 의류전문점도 최근 오픈과 함께 성황을 누리고 있다.

점원 김모(31)씨는 “국내에 처음 문을 연 명품 브랜드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상 부유층만 하루 평균 70여명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사치품 소비 불황 없어요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지만 일부 부유층들의 호화소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명품 의류와 화장품, 고가 외제차 등 사치품 판매는 줄어들지 않고 명품쇼핑이나 골프 등 사치성 해외여행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일부 유통업체는 부유층만을 겨냥한 특수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호화사치를 조장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L호텔은 22일 한 병에 수백만원인 명품와인 경매행사를 열 예정. 해외 부유층도 맛보기 힘들다는 ‘샤또 라피트로쉴드 1945’는 감정가만 700만원이고 ‘샤또 라피트 로쉴드 1982', ‘샤또 마고 1990‘ 등도 병 당 100만~400만원대다.

남태평양 타히티가 원산인 음료수 노니쥬스는 1ℓ짜리 4병들이 한 박스가 22만원이지만 ‘부유층만이 마시는 음료’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최근 서울 강남권에서 선물 1호로 꼽히고 있다.

●고가 수입차 판매 타깃은 한국

수입자동차업계들은 부유층을 상대로 올해를 ‘공격적인 마케팅의 해’로 삼고 있다. 실제 올 1, 2월 팔린 수입차는 2,7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1,622대에 비해 무려 67%나 폭증했다.

올들어 2월까지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명품의류는 2,157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55점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명품시계나 핸드백 등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북핵 위기 등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줄어들고 있는 올 2월 골프채 휴대반출 신고는 1만2,887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 1만494건에 비해 26%가 증가했다. 하루 평균 460명이 해외 골프 여행을 나간 셈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누던 풍토는 이제 사라졌다”며 “경기 침체기 일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서민들에겐 상대적 박탈감만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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