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다행이지만 합의내용 아쉬워

= 노조사무실 주변에 삼삼오오 모인 조합원들 사이에는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분위기와 합의 내용에 대해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이는 등 서로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노동부 장관까지 적극 중재에 나선 마당에 더 이상 사태를 끌고 갈 수 없다는 인식이 조합원들 사이에 있었다는 한 조합원의 말에는 정부 중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아쉬움도 배어 있었다.

한 노조 간부는 “무단결근에 대한 처리문제가 조합원들이 가장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 중 하나였다”며 “바뀌지 않는 회사의 태도를 보고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대부분 조합원들이 이번 사태로 인해 회사의 태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측 “노조, 극단적인 투쟁 지양해야”

= 11일 오후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이어진 밤샘 협상으로 회사측 관계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극적 타결을 확인하는 외부의 인사를 반갑게 받았다.

회사측 관계자들은 63일간 벌어졌던 폭력행위와 상호 고소고발 등 극적으로 치닫던 갈등관계가 해결돼 한결같이 속이 후련하다고 했지만, 노조의 불법폭력 파업은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측 한 관계자는 “두달 여간의 고통을 하루 아침에 씻어낸 기분”이라며 “하지만 지난달 25일 정문에서의 폭력사태까지 무마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무리 노조활동이라고 하지만 폭력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이후 폭력 등의 극단적인 투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형사처벌 등의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협력업체, 기뻐할 단계 아니다

= 이번 사태 타결은 노사 양측은 물론이고, 장기간 두산중 사태를 지켜봤던 2000곳의 협력 및 납품업체에게도 희소식으로 전해졌다.

현재 몇몇 협력업체는 부도가 나거나 두산중 사태를 따가운 시선으로 지켜봤던 금융계에서 자금회수를 단행함에 따라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는 등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 협력업체 사장들은 사태가 해결됐다는 뉴스가 반갑기는 하지만, 두산중이 수주물량을 따내 일감을 찾기까지 얼마 정도의 시일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아직 기뻐할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발전소부품 등을 제작하는 한 협력업체 사장은 “정초부터 하루하루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정말 가슴이 후련하다”며 “지난해 10여개 업체가 나갔지만 우리 회사도 나가봤자 뾰족한 수가 없어 기다리고만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한 협력업체 사장은 “타결됐다니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며 “하지만 두산중 협력업체간 가격경쟁을 심하고 지난해에 이어 또 이런 사태가 벌어져 두산을 떠날 준비를 하는 업체가 많다”고 귀띔했다.

△ 두산중 경비업체, 긴장감 여전

= 두산중 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이날 오후 두산중의 경비를 맡고 있는 명신방호실업 직원들은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이는 당초 이날 오전 약 2000여명으로 구성된 노조 ‘결사대’가 두산중 정문을 뚫고 회사로 진입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

정문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한 직원은 “전날 밤까지도 타결에 대한 확신이 없어 언제 일어날지 모를 노조 집회에 대비해야 했다”며 “극적 타결이 됐다는 소식이 반갑기는 하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근무를 하고 있고, 장례절차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직원은 “격랑은 지나간 것 같다”며 “더 이상 악화될 상황은 없는 것 같아 한시름 놓았다”면서 조심스레 노사간 합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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