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노조측 협상대표로 나섰던 금속노조 김창근 위원장은 12일 오전 합의서에 서명을 마친 뒤 고인을 떠올린 듯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새벽 교섭이 난관에 봉착하자 장관을 단독 면담하고 최종 합의안을 도출해 내는 등 막바지까지 긴장을 놓지 않은 탓에 많이 지친 기색이었다. 다음은 그와의 전화인터뷰.

- 합의안에 대해 평가한다면.
"우리는 배달호 열사 유서에 근거해 요구안을 만들었고 유서에 담긴 정신으로 투쟁했으며 유서에 근거해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유서 내용을 모두 얻어내지는 못했다. 해고자 복직을 완전히 이루지 못한 것도 아쉽다.
특히 두산자본의 강압적 노무관리라는 현실 앞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동안 진행된 노무관리 등으로 조합원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한 것도 힘든 점이었다. 그나마 그동안 두산자본의 노무관리 방식을 일정 부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게 나름대로는 성과였다."

- 이번 투쟁의 성과를 정리한다면.
"손배·가압류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려 사회쟁점화 했다는 것이 커다란 성과다. 앞으로 제도개선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투쟁해 나갈 것이다. 또 블랙리스트 작성 등 회사측이 조직적으로 노조를 탄압해 온 것에 경종을 울렸다. 배달호 동지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게 투쟁했다"

- 회사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회사는 노무관리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노조를 탄압하는 것만으로 회사를 살리지 못한다.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노무정책, 경영정책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 회사가 이번 배달호 열사 투쟁을 통해 뼈아픈 각성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지역과 전국의 동지들에게 감사한다. 특히 끝까지 믿고 맡겨준 배달호 열사 형수에게 감사한다. 굳은 의지로 도와주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기 어려웠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