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여성이자 또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고단한 일이 아니다. 직장내 성차별과 부당한 대우는 여전하고 이른바 구조조정이란 감원 대상 1순위도 바로 여성이기 일쑤다. 더구나 기혼여성은 가사, 육아, 직장일 등 1인3역을 해야 하고 노조활동도 큰마음 먹지 않고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노조체계는 남성 노동자들 중심으로 운영돼 가고 여성노동자들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 더 어려워진다.

한국노총이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사이버토론회 결과에서는 이같은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할당제 도입을 통한 여성의 노조활동 참여확대가 강조됐다.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여성할당제를 통과시키지 못한 한국노총은 "여성할당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을 시정할 때까지 취하는 한시적 조치"라며 "여성의 노조활동 폭을 넓히고 여성간부를 확대하기 위해 여성할당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또 여성의 사회활동을 보장하도록 모성보호 확대, 모성보호 비용의 사회분담화, 보육시설 증대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남성들의 적극적인 가사분담과 여성들의 의식전환 등 남녀 모두의 적극적인 자세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이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조합원 9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여성조합원들은 올해 임단협 최우선 과제로 직장보육시설 설치(18.4%)와 성별 임금격차 해소(17.7%), 여성승진할당제 실시(16.2%)를 꼽았다.
특히 보건의료노조 등 여성비율이 30% 이상인 사업장에서는 직장보육시설 설치가 가장 시급하다는 응답이었으며 금속산업연맹 등 여성비율이 30% 미만인 조직에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가 첫째로 꼽혔다.

또 민주노총이 올해 우선적으로 다뤄야할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공공보육시설 확대'와 '여성 우선해고나 성차별적 구조조정 근절'이 18.7%로 나타났으며 출산유가와 육아휴직의 실질적 사용보장 등 '모성보호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응답도 18.2%를 기록했다.

노조활동에 참여하는 데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35.8%가 가사와 육아,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을 들었으며 술자리 등 남성중심적 문화 때문이라는 응답도 17.6%나 됐다.
한편 여성들의 노조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31.6%가 여성간부 육성과 여성조합원 교육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남성중심적 문화와 노조운영 개선(17.4%), 노조 내 여성위원회 설치(10.6%), 여성할당제 실시(9.4%)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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