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여건이 나빠지면서 삼성ㆍLGㆍ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들이 경상비를 대폭 줄이고 신입 사원 채용을 미루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또 투자를 미루고 여유자금으로 빚부터 줄이는 보수적인 재무전략에 주력하고 잇다.

6일 관련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 2월 하순부터 일제히 일반 경비와 판매관리비 등 경상예산을 삭감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광고ㆍ판촉비 등 경상비용을 지난해보다 5~10% 가량 줄이기로 했다. 삼성그룹도 경기변동을 지켜보며 다음 달에 비용 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으며, LG는 원가 절감 운동과 함께 인건비ㆍ경상비 등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이밖에 아시아나항공은 광고비 삭감 등 `5% 절감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코오롱은 판매관리비 집행을 2분기 이후로 미뤘다.

고용과 설비투자 등에도 기업들의 긴축 바람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삼성ㆍLG그룹은 인력 채용을 하반기로 미룰 예정이다. 삼성은 특히 1분기까지는 소규모ㆍ경상적 투자를 신축적으로 조정하되 2분기에는 반도체ㆍLCD 등 대규모 투자도 시기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지난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했던 롯데그룹은 올해 현대석유화학 외에는 큰 규모의 투자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SK그룹은 그동안 추진해온 남동발전 인수와 카드 사업 신규진출에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대기업들의 보수적인 경영은 재무전략에도 반영돼 투자에 손을 빼는 대신 여유자금으로 빚부터 갚는 추세가 더욱 강해지고 대기업의 은행대출 잔액이 지난 1월 7,509억원 증가했지만 2월에는 1조18억원 감소해 두달간 2,509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조8,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작년 말 부채비율을 맞추느라 대출을 2조3,000억원 가량 줄인 대기업들이 연초에 다시 대출을 급격히 늘리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채도 1월 1,667억원, 2월 5,531억원이 순상환돼 은행대출을 포함한 원화부채(기업어음 등 단기채무 제외)가 두달 동안 1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전체적으로 약 2조9,000억원의 원화부채를 줄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소비심리 위축과 세계경기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사실상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성화용기자, 김영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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