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한 중소기업에 재취업한 최모(여·33)씨의 현재 임금은 연봉 2000여만원. 지난 93년 모 방송국 TV작가로 취직한 최씨는 98년 결혼해 그만둘 때까지 3000만원대의 임금을 받았다. 최씨는 2년 뒤 다시 작가로 취직하려 했으나 “불규칙한 방송일에 기혼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최씨는 “결혼생활과 아이 때문에 직장을 쉬지 않았더라면 계속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을 텐데 후회된다”며 “연봉이 너무 낮아 계속 다녀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결혼한 직장 여성들은 대부분 자녀 문제 등 타의에 의해 직장을 그만두지만, 재취업할 때는 저임금·비정규직 근무 등 심각한 성차별을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재채용업체인 ‘리크루트’는 6일 “직장을 다니다 평균 2년을 쉰 후 재취업한 여성 13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취업 후의 임금이 10년 전 처음 취직 당시 받은 임금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136명의 첫 취직 당시의 평균 연령은 24세, 현재의 평균 나이는 34세이다. 조사 결과, 이들이 현재 받는 임금(2107만원)은 10년 전 처음 취직해서 받았던 임금(2069만원)에 비해 1.8% 올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쿠르트는 “10년 사이의 물가 상승률(47%·한국은행)을 고려하면 실질 임금은 오히려 30% 떨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동안 직장을 쉬지않고 다녔던 여성들의 임금은 첫 임금에 비해 20% 가량 올랐다.

재취업 여성들 중 “현 직장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고, 70%는 “직장을 그만둔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특히 첫 직장 근무 당시 계약직 비율은 10%에 그쳤으나, 재취업 직장에서는 33.2%로 세 배 이상 늘어나 고용도 불안정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6년차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한모(여·30)씨는 출산 뒤 육아 문제로 밤늦게 일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한씨는 “연봉이 이전보다 40% 가량 줄었다”며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휴직하지 않고 직장에 다니는 결혼 여성들의 최대 고민거리도 육아 문제였다. 직장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자녀 출산을 미루고 있다’와 ‘자녀에게 신경쓰지 못해 미안하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경력 때문에 16년 동안 휴직하지 않았다는 K세무사 직원 유모(여·35)씨는 “어릴 때 직접 키우지 않은 중학생 아이가 정서에 문제가 생길까봐 아직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함인희(咸仁?) 이화여대 교수는 “선진국과 같이 출산휴가를 늘리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등 취업·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李世?기자 john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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