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북송을 10여일 앞두고 정부가 고민에 빠져 있다.

한편에서는 비전향장기수는 물론 그 가족과 전향장기수까지 북송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전향 장기수만을 북송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비전향장기수 가족이나 전향장기수의 경우, 북송대상서 배제키로 확고한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가 중심이 된 재야시민단체에서는 21일 오전서울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전향 장기수의 가족은 물론 전향장기수까지 북송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장기수북송 문제를 사회이슈화하고 있다.

반면 ’ 납북자 가족모임’등은 비전향장기수의 북송이 국군포로·납북자 가족들과 상호주의 차원에서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비전향장기수문제는 이산가족문제 해결이라는 차원에서 조용하게 다룬다는 원칙에서 추진해왔다.

과거 동서독에서 정치범이나 이산가족을 교환할 때 특별한 행사없이 조용히 치룬 전례를 볼 때, 이 문제가 지나치게 여론하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정부판단이다.

지난 6.30 남북적십자 금강산합의에서 비전향장기수 전원송환을 허용하는 대신 이산가족면회소 설치를 요구한 것은 비전향장기수 62명의 송환 대가로 이산가족면회소가 설치될 경우, 수백만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정부당국자의 설명이다. 현재 재북국군포로의 수는 3천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6.25이후 납북자는 454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비전향장기수와 국군포로·납북자 맞교환은 북측이 난색을 표명하는 만큼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를 통해 남북의 신뢰가 높아졌을 때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확산될 경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수 북송은 최대한 조용한 이벤트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당국자들은 북송대상자인 비전향장기수들이 북한에 안착한 뒤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북송예정인 비전향장기수들은 대개 '남북이 합심하여 통일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으나 김석형(87)씨 등은 ”북조선 노동당원으로서 우리당의 혁명전통을 높이 받들고 나의 생명이 다할대까지 당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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