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과 비정규직 처우 문제, 주5일 근무제 도입 문제 등을 놓고 노사간 대립과 갈등이 지난해 못지않게 심각해질 전망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동등한 힘을 갖도록 하겠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취임으로 노동계의 경우 기대수준이 높아진 반면 경영계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사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쟁점별로 노사간의 입장 차이를 정리해 본다.

▽차이가 큰 임금인상률=1월 민주노총은 올해 임금 인상폭을 11.1%로, 한국노총은 11.4%로 모두 두 자릿수를 제시했다.

그 근거는 민주노총의 경우 조합원 평균 부양가족(3.7명) 생계비의 72%, 한국노총은 평균 부양가족(3.5명) 생계비의 90%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월 초 회장단 회의를 열고 적정 임금인상률을 4.3%로 정해 회원사에 내려보냈다.

특히 근로자 평균임금 수준이 전체 산업평균을 1.5배나 넘는 석유화학과 금융·보험 통신 등의 기업은 임금을 동결할 것을 권유했다.

▽비정규직 처우 논란=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올해의 주요 사업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두 노총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올해 사업비의 17.9%를 비정규직을 위한 사업비로 책정하고 비정규직을 위한 조직을 신설했다.

한국노총 역시 비정규직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인력과 재정을 집중하기로 했다. 두 노총은 모두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법제화 요구에 나섰다.

반면 경총은 비정규직과 관련된 입법 작업이 아직 착수되지 않았고, 근로자를 채용하고 운용하는 것은 사업주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일선 사업장에서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할 경우 거부하라고 단협 지침에서 못박았다.

정부는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의 균등대우는 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 때문에 관련 법률을 제·개정할 방침이다.

▽손해배상과 가압류 완화 여부=1월 초 두산중공업 조합원 배달호(裵達鎬)씨의 분신 사망으로 노동계는 사용자측이 불법 파업을 한 조합원 개인은 물론 친인척의 재산까지 가압류하는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

무분별한 가압류에 대해 여론이 악화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로 노동사건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청구의 남용방지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고, 대법원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경총은 노조의 쟁의행위 전후 인과관계를 따지는 등 합리적인 기준 안에서 민사상 가처분이나 손해배상 청구로 불법 파업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 갈등=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산하 대규모 사업장 노조들은 올 단체 협상에서 기존의 연차휴가와 월차휴가 등을 그대로 둔 채 토요 휴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총은 경조 휴가와 여름(하계특별)휴가 등을 최대한 줄이고 토요 휴무 때 기존의 연차휴가와 월차휴가를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토요 휴무를 하더라도 연간 총 휴가·휴일 수는 달라지지 않는다.

올 7월부터 공공부문과 금융보험업,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5일 근무제 도입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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