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4일 ‘불법쟁의에 대해서는 민사상 가처분제도나 손해배상 청구제도를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산별 노조의 교섭요구에는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2003년 단체협약 체결지침’을 4000여 회원 기업들에 배포했다.

이 같은 경총의 지침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노사관계 원칙을 밝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 방향과 맞서는 것이어서 이를 둘러싼 정부-노동계와 재계의 갈등이 예상된다.

지침은 △근로시간 △비정규직 근로자 △인사, 경영권 참여 △산별 교섭 △산업안전보건 및 산업재해보상 △불법쟁의행위 책임 문제 등 올해 단체협약 과정에서 경영계가 중점을 둬야 할 74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지침에서 경총은 불법쟁의 행위는 경중을 가려 징계처분하고 민사상 가처분제도나 손해배상 청구제도를 활용하도록 하며 노동계의 불법쟁의가 끝난 뒤의 면책합의 요구는 수용하지 말 것을 회원 기업들에 권고했다.

또 각 기업이 산별노조에 대해 반대 입장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의 산별 교섭 요구에 대해서는 해당 업종별 단체와 기업 사이의 연계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행동지침을 정해 근로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동계의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개정 요구와 관련해 경조휴가, 여름 특별휴가 등을 축소하고 연월차 휴가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을 권했다.

이번 경총의 단체협약 지침은 인수위의 최종 국정과제 보고서에서 밝힌 방향과 맞서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인수위는 보고서에서 △노동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의 남용을 방지하는 방안 강구 △지역·업종·산업별 노사정협의회 활성화 등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또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비정규직 근로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경총의 입장과 다르다.

노 대통령이 올해 안에 조기도입 방침을 밝힌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해서도 도입 이전까지 연월차 휴가를 최대한 쓰도록 하는 지침을 경총이 기업들에 제시한 것이어서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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