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5년여만에 처음으로 두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중동산 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30달러대의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산업자원부가 잠정 집계한 2월중 수출입 실적(통관기준)에 따르면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5% 늘어난 1백35억5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32.0% 늘어난 1백38억2천2백만달러로 집계돼 월간 증가율이 2000년 9월(31.3%)이후 29개월만에 30%대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3억1천7백만달러 적자를 기록,지난 1월(-8천7백만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두 달 연속 적자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97년10월이후 처음이다.

박봉규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고유가로 인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무역수지 흑자기반 마저 흔들리고 있다"며 "유가가 하향.안정되지 않는 한 이달에도 무역수지 흑자를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유가가 적자 주범 두바이유 기준 원유의 월평균 도입단가가 지난해 2월 배럴당 19.04달러에서 지난달엔 31.07달러로 무려 11.43달러(58.2%)나 뛰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원유 도입물량이 전년 동월보다 9백47만배럴(13.4%) 줄어든 6천1백26만배럴에 그쳤지만 수입액은 오히려 5억1천4백만달러(37.0%) 늘어난 19억3백만달러로 집계됐다.

석유제품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액도 각각 2억4천2백만달러(72.0%),1억4천5백만달러(32.8%) 증가했다.

이로써 원유 석유제품 LNG 등 3대 에너지원(源) 수입액 증가분이 9억1백만달러(41.6%)에 달해 무역수지 적자액의 3배에 육박했다.

<>반도체.컴퓨터도 심상찮다 반도체 컴퓨터 등 일부 주력 수출품목에서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DDR-D램 현물가격 급락 여파로 전년 동월보다 5.7% 증가한 12억달러에 그쳐 수출액 기준 3위 품목으로 밀려났다.

2백56메가 DDR-D램 값은 지난해 11월 개당 8.12달러에서 지난달엔 3.76달러까지 폭락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주저앉은 것은 작년 5월(6.5%) 이후 9개월만이다.

컴퓨터도 세계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탓에 5.1% 뒷걸음질 친 9억달러로 집계됐다.

게다가 삼성 삼보 등 국내 관련업체들이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출에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대중(對中)수출은 호조 이에 반해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63.4% 늘어난 13억5천만달러를 기록,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2위인 자동차도 35.3% 증가한 12억5천만달러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고유가 덕에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는 석유제품(66.7%)을 비롯 석유화학(25.8%) 철강(15.8%) 일반기계(12.6%) 가전(11.0%) 등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지난 1~20일 중 중국으로의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95.1% 늘어난 14억6천만달러에 달해 월간 기준으로 미국(14억4천만달러)을 제치고 제1의 수출 대상국으로 떠올랐다.

<>미국.이라크 전쟁이 관건 미국.이라크 전쟁 우려가 가시지 않는 한 무역수지 발목을 잡고 있는 고유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전쟁이 이른 시일 내에 발발해 조기에 끝난다면 두바이유 가격이 1~2개월안에 20달러 미만으로 곤두박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무역수지는 10억달러 안팎의 개선효과가 있다.

그러나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세계경제 회복은 3~4개월 가량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국내 산업의 공동화(空?化) 우려도 커져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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