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절 84주년을 맞은 1일 서울에서는 남-남 보수ㆍ진보진영이 둘로 확연히 나뉘어 반북, 반전행사를 잇달아 개최했다. 보수진영은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노래했고, 진보 진영은 “부시는 여중생 사망을 책임지라”며 성조기를 두 동강냈다. 남북 종교인이 함께 한 ‘3ㆍ1 민족대회’ 역시 남북이 첫날부터 입장차를 보이며 순탄치 못했다.

▦반핵반김 집회와 구국금식기도회

1일 낮 12시 서울시청 앞에서는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 114개 보수단체가 ‘반핵반김 자유통일 3ㆍ1절 국민대회’를 주최했다. 10만여명의 인파는 ‘북핵 개발 저지, 한미동맹 강화’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고,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 유엔기가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미군과 유엔에 감사한다”며 미국 국가를 따라 불렀다. 대회 집행위원장 김상철(金尙哲) 전 서울시장은 “확고한 한미공조만이 대한민국을 공산주의자로부터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둔치에서 ‘구국금식기도회’를 개최했다. 참가자 10만여명은 “하느님, 바람 앞의 등불인 나라를 위해 미군이 떠나지 않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했다.

▦반전평화 촛불대행진

7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과 여중생범대위는 이날 오후 5시 탑골공원 앞에서 시민 학생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3ㆍ1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대행진’ 행사를 열었다. 집회에서는 ‘민족자주 만세’ 삼창이 계속됐고, 미국의 전쟁 기도에 반대하며 비둘기 날리기 행사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오후 7시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행진하며 ‘전쟁 반대’ ‘여중생 사망에 대해 미 부시 대통령은 책임을 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오후 9시께 성조기를 둘로 가르는 퍼포먼스를 벌인 뒤 해산했다.

▦남북 종교인 대회

남북한 종교인들도 이날 워커힐호텔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3ㆍ1 민족대회’를 시작했다. 북한 종교인 대표단 105명과 남쪽 관계자들은 ‘3ㆍ1 민족 공동선언’에 들어갈 내용을 놓고 입장차를 보여 본 대회를 예정시간보다 1시간 늦은 오후 5시에 개최했다. 북측 대표단은 핵 전쟁 반대 입장을 역설했고, 남측은 3ㆍ1 정신계승에 초점을 맞췄다. 남북 종교인들은 2일 명동성당, 봉은사, 소망교회 등지에서 각각 합동 미사와 예배를 올렸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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