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법을 모를 때가 있다?
SBS 오락프로그램에서 출연한 몇몇 변호사들이 월차 사용에 따른 법률을 잘못 해석해 노동계와 노무사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2일 저녁 방송된 SBS 오락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 생활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률적 논란에 대해 배심원으로 참석한 4명의 현직 변호사들이 결론을 짓는 이 프로그램에서 이날 주제는 '직장상사의 허가를 받지 않은 월차 사용이 무단 결근인가 아닌가'하는 것이었다. 월차 휴가서를 낸 한 부하직원에게 상사가 "감사로 인한 업무가 많아 부서원 전원이 야근을 해야한다"며 허락하지 않자 부하직원은 휴가서만 제출한 채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방송에 참가한 4명의 변호사들은 만장일치로 무단결근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원칙이나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사업자가 휴가시기를 변경할 수 있으므로 상사의 허가없이 결근했을 경우 무단결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1년 12월28일 대법(사건번호 2000두7315)은 "연차휴가는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지만 월차휴가는 근로자의 자유의사로 사용할 수 있어 사용자에게 시기변경권이 없다"고 판결한 예가 있다.
이 판결은 당시 언론에서도 보도된 내용으로, 방송이 끝난 뒤 프로그램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란에는 노조 관계자들과 노무사, 직장인들이 "변호사들이 근기법과 판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느냐"는 비판과 함께 정정보도 요구가 이어졌다. 특히 한 변호사가 월차를 사용한 직장인을 가리켜 "인간아, 왜 사니"라고 말한 데 대해 민주노총 서울본부 관계자는 "최소한 권리행사를 놓고 법률전문가가 비아냥댄 것은 우리 사회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담당 프로듀서는 "변호사들에게 재논의를 요청해 잘못된 해석이었다면 정정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에 참가했던 한 변호사는 "판례를 검토하고 변호사들이 토론한 뒤 결론을 내렸다"며 "드문 경우이겠지만 월차를 쓸 경우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사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