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어느 정권보다 민주노총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민주노총의 투쟁방식과 수위에도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이시정 민주노총 조직실장이 업무를 시작한 지 한 달을 맞았다.

이 실장은 새 정권와 관계에 대해서 "개혁정책을 펼 수 있도록 협조하고 견인할 것이지만 개혁성을 상실할 때는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쟁방식과 내용은 과거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지금까지 권위주의 정권과 투쟁이었지만 새로운 성격의 정권에 맞게 투쟁의 방법과 내용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임단협 투쟁은 연맹별로 진행하고 이 시기 민주노총은 최저임금개선 투쟁을 전면적으로 제기한다는 방식이다. 현장탄압에 대한 투쟁요구에 매몰되기보다는 주요 쟁점을 사회적 이슈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더욱이 일부 연맹 중심의 총파업투쟁에서 탈피해 모든 연맹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투쟁방식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 실장은 "그동안 탄압에 대한 수세적 투쟁을 벌이다 보니 우선 동력이 있는 연맹을 중심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동력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연맹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의 관성을 어떻게 극복해 가느냐는 것. 그는 "시쳇말로 '때려박기식'이 아니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부 토론을 통해 논의하고 모아내는 투쟁을 만들겠다"고 했다. 산하조직의 투쟁요구에 민주노총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때 생기는 내부갈등도 이 실장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이 실장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원활한 의사소통과 상호 이해 속에 민주노총의 역할을 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지난 80년대 초반부터 경기남부지역 제조업 사업장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으며 88년 경기노련 추진위에 참여한 이후 경기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20여년간 지역에서 조직과 교육사업에 전념해 왔기 때문에 현장 정서를 잘 이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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