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앞으로 5년 새 정부가 추진할 노동정책에 관심이 높다. 당사자인 노동계의 경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노동계가 노무현 새 정부에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편집자 주>

많은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안고 노무현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그 '기대와 희망'에는 과거와는 분명 다른 '변화의 물결'에 대한 기대이다.
만약 그 '변화'가 미봉책에 그치거나 근시안적인 조치라면, 새 정부에 대한 노동진영의 목소리는 '우려'를 넘어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국가경제의 근간인 금융정책을 새 정부가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은행대형화'로 집약된 DJ정권 아래서 진행된 금융구조조정의 결과는 금융노동자의 입장은 물론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도 그 폐해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DJ정권은 '외환위기 극복'을 내세워 외자유치, 공기업 민영화, 재벌기업간 빅딜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금융산업도 외국자본 진출이 크게 확대되었는데 국내 최고은행인 국민은행도 외국인 지분이 70%를 넘어섰다. 신한, 제일, 한미, 외환, 하나 등 유수의 은행도 외국자본이 거의 장악했으며, 조흥은행마저 정부지분 매각을 통해 외국자본에 넘기려는 절차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그 외국자본은 결코 국내의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뉴브리지 캐피털,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단기 매각차익만을 챙겨 떠날 '투기펀드'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투기자본이 국내에 선진금융기법을 전수한 사례는 없다. 외국자본이 지배하는 금융산업은 외국대주주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위험 높은 투기활동이 확대되고, 국민경제에 대한 최소한의 공적역할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DJ정부는 또 은행합병위주로 '외형적 대형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5개 은행 퇴출, 한빛은행(상업, 한일), 지방은행(경남, 광주)의 우리금융지주로의 재편, 국민-주택합병, 서울-하나은행 합병이 그것이며, 이젠 조흥은행마저 신한은행에 합병하는 방식으로 은행대형화를 강요해왔다. 그런데 정부주도의 은행대형화는 결코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금융위기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대형화로 인한 독과점의 폐해가 심각해져 상위 5개 은행의 여수신 집중도가 60%를 넘고, 조흥마저 신한에 합병되면 80%를 넘는다. 미국의 27%, 일본의 30%에 비교하면 대단히 위험한 상태다. 4∼5개 대형은행 중 하나만 부실화되어도 금융시스템 전체가 붕괴되고 그 여파는 국민경제 전반에 크나큰 부담을 줄 것이다. 최근 합병으로 대형화된 은행이 앞다퉈 가계여신에 집중한 결과 가계부실로 인한 제2의 금융위기설이 나오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새 정부의 금융정책은 '맹목적 외자유치 및 대형화'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 2∼3년의 검증과 평가가 이뤄진 다음에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왜냐하면 금융산업의 본래 목적인 '산업자본의 조성과 적정한 배분'이라는 은행업 본래의 목적과 공공성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이젠 되돌아보아야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외환위기 직후부터 지난 5년 동안 일방적으로 강행된 금융구조조정에 의해 무려 40%에 달하는 금융노동자들이 일터를 잃었고,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서민 대중을 위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출범이 줄 '변화'에 대해 '희망과 기대'를 갖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그 첫번째 시금석이 될 조흥은행 민영화에 대한 정부정책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및 당선자 시절 약속이 이행되는지를 10만 금융노동자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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