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2000년 말 공기업인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뒤 그 자회사인 두산메카텍(전 한중디시엠)으로 하여금 (주)두산 기계사업부문을 인수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부풀려 (주) 두산이 최소 51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두산메카텍(대표 최승철)의 2001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메카텍은 지난 2001년 말 두산기계의 자산 2247억원어치(장부가·토지 제외)를 인수하면서, 프리미엄 212억원을 덧붙여 2459억원(부채 2148억원 인수 포함)을 지급했다. 메카텍은 이어 2002년 1월25일 경남 창원의 두산기계 공장용지를 498억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당시 메카텍은 기업 인수 때 꼭 해야 하는 자산실사를 생략한 채, 인수금액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계약체결 이후 뒤늦게 실시한 자산실사에서 수백억원의 부실이 드러났는데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메카텍이 지난해 1월 말 ㅇ회계법인에 의뢰해 실시한 ‘자산·부채 실사평가’에서 두산기계의 총자산은 1942억원(토지 제외)으로, 장부가인 2247억원에 비해 305억원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메카텍 관계자는 “당시 계약 전에 실사를 해야 한다고 수 차례 건의했지만 모두 묵살됐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김석연 변호사는 “실사 없이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실사에서 드러난 부실자산(305억원)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모두 부당내부거래”라고 말했다.

두산의 이런 부당내부거래는 2000년 말 정부의 공기업민영화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을 인수할 때 쓴 3057억원을 회수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메카텍이 두산기계를 자력으로 인수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지분 97%)이 2001년 말 전후로 두차례에 걸쳐 800억원을 증자해줬고, 그 전액이 (주)두산에 지급됐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자산규모 4조원의 두산중공업과 그 15분의 1밖에 안되는 두산기계의 인수가격이 모두 3천억원선”이라며 “결국 두산은 거대 공기업을 돈 한푼 안들이고 인수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두산은 이에 대해 “메카텍의 두산기계 인수는 두 곳의 화공사업을 합쳐 규모의 경제 실현과 시너지 극대화를 꾀한 것”이라며 “인수금액은 회계법인의 영업가치평가를 토대로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