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를 전후해 노동계는 단위노조부터 총연맹에 이르기까지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한해 사업계획을 설정하게 된다. 농사에 비유하면 못자리를 만드는 시기라 하겠다. 실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월 하순과 중순 각각 정기대의원대회를 갖는다. 주요 업종별로 올해 사업방향과 중점 계획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5회로 나눠 살펴봤다.

①금융부문(11일) ②제조부문(12일) ③운수부문(13일) ④공공부문(18일) ⑤교육·의료·건설부문(19일)

<편집자 주>

보건의료, 교육, 건설관련 업종 노조들도 올해 사업계획의 가닥을 잡아놓고 있다. 지난해 미처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들은 물론, 올 한해 새롭게 추진해야 할 사업과 함께 새 정부 출범을 맞아 노정관계 재정립 또한 이들에겐 중요한 일이다.
전교조, 대학노조 등 교육계 관련 노조들은 우선 3월말 예정된 WTO 무역협상 개방계획서 제출시한을 앞두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전교조, 대학노조 등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WTO 교육개방 저지투쟁본부(이하 WTO투쟁본부)'를 구성,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교육영역을 서비스시장 개방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며 공조를 취하고 있다. 이들 노조에 따르면 외국자본은 교육개방과 관련, △영리법인도 학교설립 허용 △수도권 밀집을 막기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 조정/해제 △조기유학 제한 조치 해제 △등록금인상이나 기부금입학 불허 조치 해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러한 요구들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가뜩이나 부실한 공교육이 더욱 심각한 위협을 받고, 교육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WTO투쟁본부는 DJ정부뿐만 아니라 새 정부가 3월말로 예정된 개방계획서 제출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100만인 서명운동, 사이버 시위, 국제 행동의 날 등 강력한 투쟁을 벌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WTO 무역협상 개방계획서 처리 문제가 새 정부의 교육에 대한 입장을 알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 교육 노조들, 교육개방 반대 한 목소리

교육관련 노조들은 교육개방 반대 공조뿐만 아니라 각각 내부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집행부가 바뀐 전교조(위원장 원영만)는 오는 3월 시행 예정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가 발등에 불이다. 전교조는 "NEIS가 추진될 경우,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추진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NEIS는 전교조와 새 정부가 대립할 첫 쟁점 사안이다. 이와 함께 전교조는 올해 △사립학교 개혁, 교장 선출·보직제 시행 △고교 평준화 확대 및 내실화 △교원노조 교섭구조 개편, 교원노조법의 합리적 개정 △유아교육의 공교육화 등 교육복지의 획기적 확대 △국가교육위원회 신설, 교육인적자원부 개혁 등을 주요 사업 계획으로 내걸고 있다. 전교조는 오는 20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올해 사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대학노조(위원장 금기송)는 산별 교섭체계 마련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올해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노조는 산별교섭과 관련해 그 동안 본조 간부가 지부 교섭에 결합한다거나 교육인적자원부 등 정부를 상대로 했던 교섭에서 탈피, 올 임단협에서는 대학의 사용자 단체라고 할 수 있는 대학법인협의회와 교섭창구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또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학 비정규직의 문제도 지난해 연장선에서 정규직화를 위해 꾸준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비정규직 행정조교가 있는 대학노조 사업장에서는 이들의 정규직화가 핵심 임단협 요구사항으로 제기됐으며 행정조교에 한해 노조가입을 허용한다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계약직 행정조교뿐 아니라 학과조교, 실습조교, 용역조교 등 대학 내 광범위한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 노조 가입허용 분야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한교조(위원장 류명수)는 올해 조직확대와 함께 단체교섭 적용 사립학교로 확대, 공교육 강화를 주요 목표로 잡고 있으며 오는 20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들을 확정한다. 한교조 장재훈 대변인은 "노무현 당선자의 개혁성으로 공교육 정상화에 일부분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신자유주의의 큰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차단하기 위해 다른 교육계 단체들과 사안에 따라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보건의료 "산별교섭 추진·직권중재 철폐"

연초 새 집행부가 출범한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윤영규)는 올해를 '산별교섭의 실질적 추진과 직권중재 철폐 원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산별전환 6년째를 맞고 있지만 기업별 의식과 체계, 교섭구조 등은 여전히 '기업별노조연합'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판단, 산별노조로의 질적 발전을 위해 △산별교섭 체계로 전면 전환 △지역지부와 현장위원제도 정착 △미조직, 비정규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산별교섭 제도화를 위해 정부를 상대로 법제화 투쟁을 하고 병원협회에 대해서는 사용자단체 구성을 요구하며 현장에서 산별교섭을 위한 노사합의 투쟁을 벌여갈 예정이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해 산별교섭에 합의한 63개 병원을 상대로 산별 집단교섭을 성사시키고 이후 교섭 원칙, 산별중앙 협약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병원노사관계에선 집단교섭 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노조는 또 비정규·미조직 사업이 산별노조의 성격과 운동의 미래를 가름하는 핵심사업이라고 판단, 기초실태조사와 사례연구, 미조직 활동가를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노조는 직권중재 철폐 투쟁과 관련, "몇 년간의 투쟁 성과로 노무현 정부가 '회부요건 강화, 범위축소'를 언급하는 등 사회적으로 개정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번에 확실하게 철폐할 수 있도록 양대노총을 뛰어 넘어 관련 조직 전체를 포괄하는 공대위를 구성하고 현장 조합원과 함께 하는 집중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노조는 △구조조정 저지와 의료의 공공성 강화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 쟁취과 인력확보 등을 주요 사업 계획으로 내걸고 있다. 노조는 현재 상집, 중집 수련회를 통해 사업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다음달 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 건설산업 "건설현장 노동시간 단축투쟁"

건설산업연맹은 지난달 27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건설현장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주요 사업기조로 확정짓고 대 정부 투쟁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연맹이 강조하는 부분은 실질적인 건설현장 노동시간 단축. 지금까지 연맹이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 조사연구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해 왔다면 올해부터는 현장에서의 공동단협 요구와 대정부 투쟁 등 실천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부터 타워노조, 건설운송노조, 전기원노조 등 일부 현장에서 일요일 휴무투쟁이나 주 40시간 쟁취 투쟁을 벌여 왔지만, 올해부터는 연맹이 본격적으로 주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금까지 건설현장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사용자 쪽이 인건비 상승과 공사기간 연장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온 데 대해 연맹은 관급 공공공사부터 일요일 휴무실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공사기간, 비용, 일용직의 임금 보전 등 대정부 요구안을 전면에 내걸 계획이다.

이밖에 연맹은 △WTO 등 건설시장 개방 대책수립 등 건설산업제도 개선 △산업안전 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노동자 참여 등 건설노동자 산업보건에 대한 제도개선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 건설산업 비정규노동자 양산 확대 반대 등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으며 공동 임단협 요구안에도 포함시켰다.

김소연 기자(dandy@labornews.co.kr)
김학태 기자(tea@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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