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를 전후해 노동계는 단위노조부터 총연맹에 이르기까지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한해 사업계획을 설정하게 된다. 농사에 비유하면 못자리를 만드는 시기라 하겠다.

실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월 하순과 중순 각각 정기대의원대회를 갖는다. 주요 업종별로 올해 사업방향과 중점 계획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5회로 나눠 살펴봤다.
①금융부문(11일) ②제조부문(12일) ③운수부문(13일) ④공공부문(18일) ⑤기타(19일)
<편집자 주>

노동계 공공부문에서는 올해도 철도, 전력, 가스 등 국가기간산업의 사유화(민영화)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또한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이하 정산법)과 4대 사회보험 개혁과 관련한 공공부문 노조들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공부문 노조들은 지난해에 이어 양대노총을 포함하는 대책위와 공투본을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어 연대활동이 어떤 양상을 보이며 전개될지도 관심거리다.

공공연맹 소속인 철도, 발전, 가스노조와 전력노조는 '2기 국가기간산업 사유화 저지 공투본'을 구성해 지난 16일 총력 결의대회를 갖고 올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 새 정부 역시 민영화 지속 관측
이들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유화 정책은 철도·가스의 경우 구조개편 관련 법안처리가 필요한 상태고 전력부문은 이제 매각협상을 남겨놓고 있다. 노동계는 노무현 당선자가 망(網) 산업에 대해 신중하고 유연하게 접근할 것임을 누차 시사해 왔다는 점에서 여러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고 판단, 사유화 반대 투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 새 정권 아래서 민영화 정책은 이전 정부 방침보다는 다소 후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철도산업구조개혁은 공사화로 가닥이 잡혔고, 전력산업은 배전분할 이후 배전회사의 민영화 문제를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가스의 경우 도입도매 부문만 민영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렇지만 철도노조는 운영과 시설부문의 분리에 반대하고 있고, 공사화를 사유화 전 단계로 규정, 대통령직인수위 방안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특히 정기단협 결렬로 인해 17∼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일정에 올려놓는 등 내부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발전부문도 이미 남동발전소 매각실사에 들어가 사유화에 반대하고 있는 발전노조도 올해 당장 매각반대 투쟁에 나서야 할 처지다. 전력노조와 가스노조도 분할정책에 반대하고 있어 대통령직인수위의 정책변화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노조는 구조개편 정책에 맞서 공공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 제시할 토론회와 공청회 등 대국민 여론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공동파업까지 벌였던 3사 노조를 포함한 '기간산업 공투본'의 투쟁이 상반기 노동계 전반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관측된다.

* 정산법 "단체교섭권 박탈" 논란 지속

정산법의 입법화 시기는 정부쪽 준비상황을 볼 때 2월 통과도 가능하지만 통상 노동계 반발이 예상되는 법안을 분산시켜 온 것을 고려할 때 또 다른 이슈인 주5일제 법안이 상정된 2월 국회는 피하게 되리란 관측이다. 정부는 정산법을 통해 정부산하기관에 대한 일원화된 관리체계와 기준을 마련하고 경영목표와 실적을 평가해 인사·예산상의 조치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산법은 정부산하기관에 대한 관료적 통제 음모"라며 "정산법은 기획예산처가 정부산하기관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공연맹, 사무금융연맹, 공공서비스연맹은 공대위를 구성하고 정산법 입법저지에 나설 채비다. 정산법은 정부투자기관뿐만 아니라 500여개 정부기관에까지 정부의 통제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향후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평조합원들에까지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는 않은 상태라 해당 노조들이 정산법 입법저지 투쟁을 간부 중심에서 확대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공공부문노조에서 투쟁이 외연화될 또 하나의 문제는 4대 사회보험 개혁문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노조가 소속돼 있는 공공서비스연맹은 오는 7월 1일 예정된 직장·지역의료보험 재정통합을 앞두고 재정분리입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등 주요사업으로 상정하고 있다. 또 현재 진행중인 ISP(4대 사회보험 정보연계사업)도 4대 보험 통합의 준비작업으로 보고 해당 3개 노조(직장노조, 근로복지공단노조, 국민연금노조)의 공동투쟁을 추진 중이다.
반면 사회보험노조와 공공연맹은 기본적으로 재정통합에 찬성하고 있어, 4대 보험 개혁을 겨냥하고 있다.

한편 공공부문노조에 포함되는 체신노조는 지난해 집배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사회문제화하며 이끌어낸 노사합의의 이행을 올해 사업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력충원 요구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고, 상시위탁집배원의 정규직화를 주요 사업계획으로 삼고 있다.
오는 4월 임원 선거에는 정규직화된 상시위탁집배원 출신들이 일부 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여 노조 내부의 역학관계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대 정부 교섭요구 한층 강화 예상

대부분 정부투자기관 노조들로 구성된 정투노련의 경우 당면현안은 없으나 향후 예상되는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책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하에 구조조정 저지 대책반과 정부 주무부처별로 업종 분과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공기업 자율성을 훼손하면서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공기업 예산편성지침, 경영평가제도, 운영위원회 위원자격범위, 노조가 추천하는 비상임이사제도, 명예퇴직제도 등 제도개선 문제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한편으론 공기업과 관련한 정부 정책이 확정되기 전 노조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노정 협상틀을 강화하고 공공부문 내부개혁에도 노조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투연맹은 또한 장대익 위원장이 상근하게 됨에 따라 '정투노조협의회'와 소속노조들의 내부 문제로 유명무실화된 '공공연대'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투연맹, 서울지하철노조, 도시철도연맹, 한통노조, 공공서비스연맹 등이 가입돼 있는 공공연대는 지난해 '제3노총'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여전히 그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공공부문의 해묵은 과제인 대정부 교섭방침과 관련해 공공연맹도 올해 공공부문 임금결정구조 연구에 착수하고 공공부문 임금 예산편성시 노조 참여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공공연맹은 2/4분기부터 내년도 공공부문 임금결정 과정에서 교섭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공공부문 노조들 연대활동도 주목

공교롭게도 양대노총 공공부문의 3대 조직인 공공연맹, 정투노련, 공공서비스연맹 모두 올해 초 위원장 선거를 치르고 새 출발하고 있다.
지난해 4·2 노정합의 파문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던 공공연맹의 경우 이승원 새 위원장이 "연맹혁신과 집행력 강화의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중집을 확대재편하고, 소산별노조를 분과에서 분리해 직할노조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연맹은 또 2006년 공공대산별을 목표로 정책연구를 강화할 방침이다.

공공서비스연맹 김종훈 새 위원장은 "현장과 가까운 연맹"을 선언하고 "공공부문 통합을 위한 대책기구 신설"을 밝혔다. 재선에 성공한 정투노련 장대익 위원장은 이번 임기부터 상근하면서 공공부문 연대활동에 치중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 개혁특위에서 소산별 통합 과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서비스연맹, 정투노련을 비롯한 공공부문쪽 연맹 통합논의가 진행될지도 올 한해 관심거리다.
한편 공공연맹과 공공서비스연맹은 각각 오는 19일, 27일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한다.

송은정 기자(ss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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