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전력 등과 같은 공공산업은 네트워크 산업의 비용구조(cost structure) 때문에라도 공기업 운영 또는 적극적인 공공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규제 및 자원경제학 전문가 유진 코일(Eugene P Coyle)박사는 14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네트워크 기간산업 사유화의 문제점과 올바른 방향모색을 위한 국제토론회' 둘째 날 에너지산업 부문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코일 박사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산업, 고정된 거대투자나 '간접비용'(개별 제품에 대해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원가)을 필요로 하는 산업에서는 경쟁의 보편적 이론이 실패한다"며 "전력이 이런 경우로, 전력 산업의 규제가 무너지면 소비자들 사이의 요금차별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소규모 사업자들과 가정용 고객들이 바로 희생양이 된다"고 경고했다.

코일 박사는 자국에서 발생한 캘리포니아 전력비상사태를 주요한 사례로 꼽고 있다. 캘리포니아 전력가격은 2000년 4월 1MWh당 36달러에서 2001년 4월 1MWh당 300달러로 뛰어오르는 등 1년 새 800%나 인상되기도 했다. 코일 박사는 "이런 요금 인상은 다른 부수적인 원인보다도 발전회사 사이의 카르텔과 구조개편의 실패가 가장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가격폭등은 워싱턴주의 시애틀(30%∼50% 인상), 뉴욕과 뉴잉글랜드를 비롯한 미국 북동부지역(15%∼20% 인상)에서도 발견됐다. 유진 코일 박사는 "이런 일은 네트워크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 캘리포니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부경대 홍장표 교수도 미국 캘리포니아의 예를 들면서 "그나마 주 내에서 공기업체제를 유지한 로스엔젤리스는 전력비상사태를 겪지 않았지만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자유화를 추진한 샌디에고에선 심각한 전력부족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는 공기업이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중시하는 반면 민간기업은 위험부담이 큰 설비 증설보다는 생산능력 제한과 가격담합으로 손쉬운 이윤 확보의 길을 따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발전소 매각이 일단 추진되고 나면 나중에는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는 이 시기에 발전매각의 졸속강행을 일단 중단하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진 코일 박사 외에도 오스트레일리아 서비스노조 그레그 멕린 사무부총장, 한신대 김상곤 교수, 부경대 홍장표 교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송광의 박사, 발전노조 이호동 위원장, 범대위 박석운 집행위원장,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 KDI 임원혁 박사가 참석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측은 토론회 참여를 거부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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