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다. 노사관계에서는 '노무현'호의 노동정책이 어떤 항로를 선택할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지난주에 노무현 당선자가 양대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에 대한 노무현 당선자의 답변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노무현 당선자는 양대노총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향후 노동정책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메시지 중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노무현 당선자는 이제 '강경투쟁'의 시대는 가고 '대화와 타협'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법과 원칙' 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 여기에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함축돼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는 노사간의 협상행위관행의 문제다. 그것이 당위론적인 얘기로 빠지지 않으려면 현실 속에서 노사의 협상행위 관행이 바뀌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노사대립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런 대립을 낳는 협상행위관행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그동안 극단적인 노사대립을 낳는 노사협상행위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사용자의 협상행위를 보면 먼저 노조 파업과정에서 위법행위를 문제삼아서 노조간부들에 대한 손해배상, 임금 가압류를 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두산중공업의 조합원 분신사태를 둘러싼 노사분쟁에서도 보듯이 노조간부들에 대한 가압류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용자측에서 용역경비 형식으로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도 극단적인 노사대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노조의 교섭요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도 노사대립을 낳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노조의 경우 파업 과정에서 회사의 물품반출을 저지하거나 주요생산시설 업무를 봉쇄하는 식으로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 사용자를 압박하는 행위를 꼽을 수 있다. 이렇게 위법행위를 동원한 생산영업행위 저지는 사용자로 하여금 극단적인 반노조정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 사용자측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 등과 같은 방식도 극단적인 대립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밖에도 실력행사 위주의 불법파업도 회사의 적대행위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런 대립과 강경투쟁을 낳는 협상행위 관행부터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법제도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노사 스스로가 변화하려고 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이점에서 노사가 이런 극단적인 대립을 낳는 행위부터 자제할 것을 약속하고 실행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는 정부차원의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산별교섭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산별, 업종별 교섭을 위한 논의를 붙이고, 환경조성을 하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또 노조를 새로 설립한 사업장에서 극단적인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 노조가 새로 설립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전문가들이 노사 양측에게 노사관계의 기본 원칙과 협상방식 등을 교육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일들은 대화와 타협의 노사협상관행을 구축하기 위한 몇가지 예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노사의 협상행위관행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노무현 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부디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를 구축할 비전을 갖춘 인사가 임명되길 기대해 본다.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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